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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0일 대전입니다.
소금눈물
조회 777추천 212009.06.11

생활이 지난달부터 영 엉망이 됩니다.
제 배부르면 아무 생각할줄 모르는, 딱 우리집 햄스터 '삼돌이' 수준의 인간이 왜 이렇게 자꾸 거리로 나오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늘만은 절대 빠질수가 없지요.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광장으로 달렸습니다.
벌써 많이들 와계시네요.

어제 그동안 눈팅으로만 다녔던 <시민광장>에 정식으로 커밍아웃했습니다.
조직원이 되었네요 이제 ^^;

편한 마음으로 참여했던 그동안의 6.10항쟁 기념식이었는데 작년부터 정말 아주 비장해져버렸습니다.
집나간 민주주의, 두드려맞는 국민주권이 저 같은 사람을 이런 마음으로 자꾸 광장으로 불러내는 세상은 참 슬픕니다.

노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참여시민의 면면이 눈에 띄게 달라진것 같아요.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어쩌면 이 정부의 가장 조용하고 확고한 동조자였을 분들이 그동안 백안시하던 "철딱서니 없는 젊은것들"사이에서 함께 앉아있게 되었다는 것, 세상이 이전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고 그것은 분명 절대 반갑지 않은 변화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겠지요.
불과 일년 반만에..
우리나라는 참 우스운 꼬라지를 많이 만듭니다 -_-;

너무나 익숙해진 촛불.
어린 두 소녀의 죽음에서부터 탄핵, 미친소,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잠들고 외면한 우리의 지성과 양심을 깨워주었던 촛불.
등장하는 문구는 그때마다 달랐지만 촛불이 등장하는 시대는 참으로 슬픈 시대입니다.
기쁜 일로, 자랑스러운 일로 환하게 웃으며 촛불 대신 꽃을 들고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둠이 내린 광장에 간간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그런데도 자리를 뜨지 않는 시민들.
지난 22년간의 6월 10일이 스쳐갑니다.
박종철, 이한열.. 댓잎처럼 푸르던 젊은이들을 '열사'로 만들었던 군사독재.
그런 독한 시절은 다시 없으리라 믿었건만 어쩌다 우리는 그날을 단지 추억으로만, 자랑의 기억으로만 다하지 않고 이 광장에 나와 다가오는 미래로 예감해야만 할까요.
온 국민이 생생히 두 눈 뜨고 지켜보는 앞에서, 바로 그 국민들이 말 그대로 불살라죽임을 당하고 군홧발로 머리통을 짓이겨지고 곤봉으로 두들겨맞으며 울어야하나요.
그리고, 그 국민들의 손으로 뽑아올렸던 대통령, 역사상 가장 깨끗하고 정당했던 그 대통령이 후임대통령에 의해 벼랑아래 떠밀려 떨어졌을때 그때 우리 모두가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도 그렇게 순식간에 추락했습니다.
민주주의제단에 바쳐진 꽃잎들의 죽음.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로 생목숨을 끊는일은 없는 나라를 꿈꾼다고 그사람은 말했지요.
정직하게 살아도, 법을 법다이 믿고 살아도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그 사람은 우리에게 보여주었지요.
그러나 그것은 꿈처럼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을만큼 짧았던 그 시간이 황홀해서, 그 달콤한 기억은 이제는 너무나 서럽고 아득한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단 한 자리가 바뀌었을 뿐인데...
귀퉁이가 미어진 장독대 받침돌로도 쓰지 못할 자갈을 옥잔이 물러난 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그 자갈에 국민들은 날마다 이마가 깨어지고 목구멍이 터지고 생목숨들이 떼로 요절납니다.
이게 2009년이란 말이지요. 백주대낮에 경찰의 쇠몽둥이에 쫓겨다니다 뒤통수를 두드려맞는 것이 바로 오늘의 이야기란 말이지요.
"국민이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단순하고도 가장 기초적인 상식을 목놓아 외치는 세상이 되었다니.

촛불들 사이에서 시험지를 펼치고 앉아있던 여학생들.
너무나 고맙고 이뻐서 몰래 찍었습니다.
얘들아 못난 어른들 때문에 늬들이 고생이 많다 
국민장때 또박또박 적어가던 어떤 학생의 문구를 잊지 못합니다.
"제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제대로 된 사람에게 투표하겠습니다"
리본자봉을 하면서 얼굴이 화끈해지던 순간들이 많았지요.

행사가 끝나고 대전역까지 행진하고 파하자-
마음가볍게 나섰던 길에 왠 전경차!!
무장한 전경들을 대전에서 본게 도대체 몇 년만인가요!
참말로 이 정부는 20년 전으로 획 돌아가버렸습니다.
저 몽둥이로 누구를 때리자는 건지, 아니 이 넓은 차도와 인도까지 완전점거하고서 "준법!"을 외치는 언어도단은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생각도 못했던 사태에 당황한 시민들, 점점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어쩌자는거야! 서울 따라가자는거니?
정말 너네들 막하자는 거니?

아 그런데 막자고 또 막혀서 우는 우리는 아니죠.
막아? 그럼 판 벌려~
앗싸앗싸~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거친 비바람이 불어온대도~"
한밤중 폭우가 쏟아지는 길거리에서 난데없는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도무지 노랜지 구혼지, 음정박자 다 무시하고 돌림노래가 되어버리는 노래들을 목이 터져라 부르면서 엉덩이도 씰룩씰룩, 박수도 짝짝 치면서 한바탕 난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문득, 나는 아주 낯익은 기시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2002년 비오는 길거리에서 이렇게 똑같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쏟아지는 비를 우줄우줄 다 맞으면서도 감격에 들떠 행복해하던 날이 있었습니다.
" 노무현 된다 랄라랄라라~ 노무현 된다 랄라랄라라~♩♪"
참말로 반사회적인 몸매를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흔들며 목이 터져라 부르고 외치던 노래. 그 노래는 밤하늘로 올라가 별이 될것만 같았고, 처음 보는 이들과도 서슴없이 어깨동무를 하며 우리가 함께라는, 우리는 동지라는, 그리고 우리가 꾸는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될 거라는 기대에 몸을 떨면서 행복했던 날들....
그렇게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만든 "우리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사람은...우리의 꿈과 희망을 하늘로 쏘아올렸던 그 사람은 이제 별이 되었지요...
아직도 보내지 못한 마음이 울컥 목구멍을 막습니다.
쏟아지는 빗물이 얼굴을 때리면서, 내 얼굴을 적시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저녁을 적시던 가랑비는 폭우로 변해버렸고 어느새 시민들은 삽시간에 중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여기까지는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최루탄을 뿌리겠다구요.
소요사태가 올지도 모르겠다구요.
해보지요 뭐!
처음도 아닌 것을요.
꽃들이 떨어질때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던 우리는 이제 우리가 그 꽃이 될테니까요.
우리는 끝까지 이겨내고 말테니까요.
그가 꿈꾸었던 세상, 우리 모두 꿈꾸었던 사람사는 세상을 기어코 만들테니까요.
*(시민광장 중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