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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야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 문익환
윤동주, 문익환, 장준하.
이 땅의 고단하고 슬픈 역사에
이 이름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고통과 오욕의 시간을 지탱할 수 있었을까.
이 나라 역사에 영원한 청춘의 별이 된 윤동주
친일과 독재의 승냥이떼들이 이 나라 역사를 유린하고 조롱할 때에
자신의 삶으로 그들과 싸우고 자신의 죽음으로 그들의 죄를 증거한 장준하.
분단된 조국의 허리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과 사자후로 후손된 우리를 깨우고 세워준 문익환
후쿠오카 감옥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약사봉 단애 아래서
서대문 형무소 녹슨 창틀 아래서
그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라보고 기다리던 조국
우리 역사에 당신들이 아니 계셨다면
우리는 어떤 별을 보고 암흑 속을 걸어야 했을까.
당신들의 남긴 이름으로 등대를 삼고
당신들의 삶을 길로 삼아
오늘의 우리는 부끄러운 역사를 이기는 이름을 본다.
우리가 걸어가 끝끝내 만날 얼굴들을 본다.
우리의 역사는 언제까지 한탄만 할 것인가
저런 선배를 둔 우리가 언제까지 무력하고 부끄러운 후배가 될 것인가
늙기 전에 죽지 말자.
죽기 전에 미리 늙어 무력해지지 말자.
죽음 앞에서까지 청춘이었던
끝끝내 청춘이고 그리하여 마침내 불사였던 저 이름들을 생각하자.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의 육신이 아직 이렇게 젊은데.
우리 아직도 시퍼런 심장을 갖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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