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정일은 그의 책 독서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만약 어떤 책이 당신의 손에서 3일 이상 뭉그적대고 있다면, 그책은 당신에게 죽은 책이다." 그런데, 어떤 책이 내 손에서 3시간만에 독파되었다면 살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펄펄 뛰어 다니는 생생함으로 가득찬 책일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그 살아있는 이야기와 마주 대하였다.
바로 안희정의
《담금질》이라는 책이다. 한 시간에 70페이지씩을 넘겨가면서 저녁밥까지 건너뛸 정도로 열독한 것은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후 처음인 듯 하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자서전 퍼레이드 중 하나로 묻힐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필작가들의 기름기 넘치는 윤색과 적당한 거짓, 그리고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거니와 무엇보다 절대 잘 읽히지 않는 그 수많은 정치인들의 자서전과 안희정의 이 책은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
먼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은 안희정씨가 자기 손으로 자판을 꾹꾹 눌러가면서 직접 쓴 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옆에서 작업과정을 감시하고 있었던 자도 아니며, 집필과정에 대한 어떤 정보도 특별히 들은 바 없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이들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책 속의 한 문장, 한 문장은 결코 대필작가들에게서 나올 수 없는 문장이라는 것을 말이다.
350페이지가 넘는 책을 그렇게 속독으로 읽고서는, 한동안 독후감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당연히 그 수많은 이야기, 희노애락의 감정, 의지들이 섞여서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데, 무슨 독후감 생각이 나랴. 며칠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독후감을 위해 빈 페이지를 열었다.
저자 안희정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진지한 동료였으며, 동지로서 그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그 여정의 “끝”까지 왔다고 생각된 순간, 모든 것을 잃고 감옥으로 가야만 했다. 저자는 그의 동지들과 끝까지 가기를 다짐했다고 밝힌다.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사회의 주도세력이 되어 그 개혁을 실천할 수 있는 그 순간까지가 "끝까지"의 의미였다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는 끝까지 갔던 것이 아니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또다른 시작의 신호였을 뿐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2008년 오늘의 한국사회를 본다면 말이다. 개혁세력은 사회의 주도세력이 되지 못했고, 권력은 심각하게 도전받았다. 개혁세력은 여전히 사회와 부딪히며 외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분명 처음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그가 걸어온 길,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의 생각을 좀 더 잘 알고 싶은 욕망에서 책을 집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욕망을 충실히 채워 준다. 다만 책장을 덮고 난다면, 또 다른 충족감이 들 것이다. 우리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했던 또 한 명의 진지함과 역사적 열정을 지닌 젊은 정치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노무현의 동지라는 레테르를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가 가진 생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가운 마음으로 한 시간에 70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의 책은 내 손안에서 죽이지 않았다. 이제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을 우리가 현실정치 속에서 되살려야 할 때이다. 책이 우리 손에서 살 수 있는 힘은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의 진지함과 힘 때문일 것이다. 그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살아갈 힘도 마땅히 그러할 것이다. 그 진지함과 그 열정을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2008년이다.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또 한 명의 정치인을 찾는다면, 자신 있게 이 책을 권한다. 2002년, 우리가 온전히 믿었고, 지금도 전혀 변함없는 한 정치인과 참으로 많이 닮아 있으면서, 그만의 색깔은 분명한 또 한 명의 정치인이다.
고난은 인간을 정련시키는 불의 쇠망치이다. 정치인 안희정의 지나온 길은 그 쇠망치 앞에서 수없이 정련되어온 담금질의 시간이었다. 그의 앞길은 강하면서 탄력을 잃지않은 강철처럼 이어질 것이다.
확신한다. 그것을 확인한 독서였다.] 데일리서프 에서 퍼옴 -


보이는 것이 다 일수는 없습니다. 봉하마을에 오지 못한 그리고 이 홈페이지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모든 사람들 저 빙산 밑에 있습니다.
웃고 계시는 이 분을 울게 만든 이 책 한 권 사주지 않으시렵니까 ? (2권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