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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일,- 봉화산을 오르며

소금눈물note 조회 1,592추천 3420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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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절벽 끝에서
온몸 비워 한 톨의 씨앗으로 날아간 후에야
한 생애 중량이 그토록 무거웠음을 깨닫네

-<하얀 민들레> 中. 김선자詩.


이 작은 산 오르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아니 똑바로 바라보는 것 조차 버거웠습니다.
어쩌면 이 바위산은 여기에 있어, 하필 여기에 있어 그 날을 만든 걸까요.
개구리 잡고 새 둥지를 뒤지던 행복한 고향 언덕, 세상에 나가 나라일을 잘 치르고 돌아와 그 유년의 둥지에 다시 깃들고 싶어한 분이었습니다.
그를 따르는 이들과 밤을 새워 학문을 논하고 동이 트면 들녘에 나가 논두렁을 돌아보며 어린 손녀 뒤에 태우고 자전거로 마을을 둘러보는 것을 가장 큰 낙으로 알았던 분이었습니다.

"행복하십니까?"
"행복하죠. 행복하죠..."

부끄러운 듯 살며시 짓던 그 미소, 기억합니다.
고단한 세상 짐 이제 다 내려놓고 한 시민으로 돌아와 보낸 그 일 년 남짓의 시간들을 그 분은 그렇게 금싸라기처럼 행복에 겨워했습니다.

고작 그런 것을 바란 분인데.
훗날 당신의 길을 따라올 사람들을 위해 그 길을 닦고 여생을 보내는 것을 마지막 보람으로 알던 분이었는데...

올려다보는 바위는 너무나 높고 아득하여 하늘이 먼저 우르르 내 눈 속으로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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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원 오르는 길에 누워계신 부처님을 만납니다.
그 분도 그 아침에 여기를 지나쳐갔을까요.
비스듬히 누워 똑바로 서지 못한 세상을 대하고 있는 부처님을 보며, 그 분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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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여기에 서 버렸습니다.
나는 여기에 서 버렸습니다.

미명이 가시지 않은 오 월 새벽
망연히 서서 저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당신 서 계시던 그 자리
여기에 오늘 나는 서 버렸습니다.

목을 죄어오는 저 사특한 무리들의 흰 이빨들,
피거품을 흘리며 간교히 웃던 저 무리들의 음모,
어리석은 우리는 곤히 새벽 단잠에 빠져있는데
당신은 이 길을 허위허위 올라와 여기에 서 있었습니다.

당신이 지나온  생애
순정하고 푸른 그 삶이 파노라마처럼 당신의 이맛전을 흘러갔던가요.

그 날
발 끝에 펼쳐진 고향 마을은 얼마나 평화로왔던가요.
부지런한 이웃 농부는 고추밭을 매러 나왔다가 무슨 소리를 들었다 했지요.
쿵, 쿵...
커다란 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져 부딪히는 소리가, 문득 뒷목을 서늘하게 붙잡았다 했던가요.

우리가 어리석은 불안과 나약한 믿음으로 잠속을 헤메던 그 새벽
그 참담한 새벽

당신은 까마득한 하늘 아래로 당신의 몸을 던져
우리의 꿈과 당신의 자존을 지켜내려 하셨던가요.

오천 년 역사에 가장 멋드러진 왕이셨던 분,
가장 어리석고 추악한 무리들에게 짓밟히셨으나
그 영혼은 모욕을 당할 수 없어, 여기 이 바위에 서 계셨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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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탯자리는 참으로 가난하고 힘겨웠다지요.
고단한 생이었으나 그 삶은 다시없이 아름답고 빛났더이다.
뉘라서 당신처럼 살 수 있을지, 뉘라서 그 길 그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우리는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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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눈길을 나도 따라가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당신이 담았던 고향 마을의 어여쁜 들판, 함께 일구던 장군차 밭
그리고 당신 생애 가장 든든한 의지처였고 평생 사랑이었던 아내가 아침밥을 짓고 있었을 집
타박타박 이 길을 오르며 하나하나 버리고 또 하나하나 마음에 담으며 돌아보았을 그 새벽.

그렇게 애틋히 사랑하여 버리지 못했을, 그래서 차라리 당신의 육신을 놓아 끝내 지키고 싶었던 것들
저 산 아래 조용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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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신 뒤에야 사람들은 뒤늦게 목놓아 울며 황급히 당신의 자취를 찾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사랑이 가슴을 저밉니다.


여기에서 이제 정토원이 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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