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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 기행 ( 5 ) - 정토원 가는 길

돌솥note 조회 1,727추천 192011.05.12

점심 식사 후 방앗간 옆 논두렁을 두어시간 산책하다가
참배객들이 줄어드는 해거름에 작은 비석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엔 도종환시인의 詩처럼
-치열하게 살았으나 욕되게 살 수 없어 벼랑끝에 한 생애를 던진-
그 분이 누워 계셨습니다. 
만나뵈면 심장을 맞대고 한번 안아드리고 싶었던 분...

저도 이제는 노짱님 유언대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
이란 말씀이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 분의 부재는 너무 가슴 아픕니다.
 
노짱님 살아온 세월.
-세월은 한 번도 당신을 비껴가지 않으셨다
- 던 그 험난하고 고단했던 세월.
세찬 바람과 험난한 파도를 헤치며 긴긴 항해를 마치고 
이제 잔잔한 고향집에 닻을 내리고 생애 가장 행복하시다고 하셔서
바라보는 저도 덩달아 행복했던 시절.

그 행복했던 짧은 15개월을 뒤로 하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슬픔을 남기고
작은 비석 아래 작은 흔적으로 남으신 그 분!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커다랗게 남으신 분.
 
그 분 앞에 오래오래 서 있었습니다.


이미 익혀 두었던 박석의 위치를 찾아
-당신은 그리움입니다 -
라고 씌여진 제 박석을 확인했습니다.
그 분 묘역에 저의 작은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어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산딸기를 수확하시던 곳의 밭을 지나 정토원을 향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생명줄기.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 연약하지만 놀라운 생명력.

부엉이 바위 옆 또 다른 바위에서 작은 물줄기가 쉼없이 흘려내리고...

사진에서 본 와불...왜 누워계실까...?

청정지역에서만 자란다는 이끼. 바위에 솔이끼가 반가웠습니다.

아주 앳된 얼굴을 한 전경 두 명이 지키고 있던 부엉이 바위.

그 날
그 새벽

-절대 고독- 앞에 서 계셨을 그 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이 생각나는 松花가루입니다
.

정토원 아랫마당에 황매가 거의 지고 있었습니다.

검은 돌계단 위로 화려한 연등이 내일 초파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웅전 앞 마당엔 너무도 잘 생긴 닭 한 쌍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무릇 생물은 그렇게 자라야 하거늘...
.
.
.

갔던 길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봉하들판을 바라보며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
.
.


가장 뜨거웠으나 가장 외로웠던 그

가장 도전적이었으나 가장 힘들어 했던 그

혼자 벼랑으로 가게 한 이 누구였을까?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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