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 19년 전 당신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선물을 이제 영정에 바칩니다 -- 아래 사진은 1년 뒤 연대 앞에서 만났을 때 사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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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탁(63) 씨는 한 손에 비닐봉투를 든 채, 오늘(27일) 오전 10시 여수분향소를 찾았다.
그가 분향소 앞에서 봉투 속에 들어 있던 노란 보자기를 꺼냈다. 보자기 속에는 허리띠로 꽉 묶은 하얀 천이 나왔다. 한 씨가 울며 허리띠를 풀었다. 그 속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과 액자가 들어 있었다. 액자에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약속은 생명이다.” “욕심 부리지 마라”
한경탁 씨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얽힌 사연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에게 무슨 사연이 숨어 있을까?
울던 그가 이야기를 풀어냈다. 19년 전, 진주 길가에서 베이지색 잠바 차림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았다. 그에게 인사하고, 5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나를 어찌 아느냐?” 이 때 노무현 대통령은 청문회 스타였다. 그런데도 자기 같은 사람을 기억해줘 고맙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는 죽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 “사는 게 괴롭다. 죽음을 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며 내게 신신당부했다.
“굳세게 살아라. 아이들 둘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 나와의 약속 지킬 수 있느냐? 약속을 꼭 지켜라. 그 마음으로 살아라.”
그러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A4 용지에 “약속은 생명이다.” “욕심 부리지 마라” 라는 글을 프린트해서 액자를 만들어 그에게 주었다.
이 액자가 그 액자다.
1년 뒤 1991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이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선거 유세 중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몰라봤다. “진주에서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다. 길거리에서 악수와 포옹을 했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약속을 지켜줘 고맙다. 살아줘 고맙다.”
살다가 정말 사는 게 힘들어 또 죽으려고 했다. 허리띠로 목매달거나 산에서 뛰어내리려고 목포 ○○○로 갔다. 도저히 죽을 수가 없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 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까지 딸과 아들 세 식구가 잘 살고 있다. 벽에 부모님 사진도 걸지 않았는데, 이 액자를 벽에 걸었다. 매일매일 바라보며 살았다.
함께 분향소를 찾은 딸 한옥란씨는 “아버지가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과거에 돌아가시려고 했다는 것은 지금 처음 알았다.”
한옥란 씨는 분향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 “어제 ‘분향했냐?’ 고 묻길래 안했다고 했더니 "누구 때문에 살았는데 아직 분향을 안했냐’며 나무랬다.”며 “아이들 학교 보내고 아버지와 분향소를 찾았다. 지금 아버지 몸이 많이 아프다.” 고 말했다.
한경탁 씨는 “아들은 군 복무 중이라 함께 오지 못했다.” 며 아쉬워했다. 대신 “군에서 아들도 분향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했다.
한 씨는 서거 소식을 듣고 바로 김해 봉하 마을에 다녀왔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진주를 둘러본 후 다시 고향 여수에 돌아왔다.
그랬던 그가 다시 빈소를 찾은 이유는 자식들과 함께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며 영정 앞에 액자를 바치려는 것이었다.
영정 속 노무현은 ‘살아줘서 고맙다’ 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18년이 흐른 이날의 해후는 순탄치 않았다. 생과 사로 갈려 있었다. 그를 두고 그가 먼저 떠난 것이었다.
노무현을 맨 정신으로 볼 수 없었을까? 한 씨가 영정 앞에 선물을 놓으며 오열했다. 그가 잠시 혼절했다. 119 도착 후 깨어난 그가 허리띠를 들었다.
'바보’ 노무현은 ‘은인’ 노무현이었다.
그랬던 그가…
(알콩달콩 섬이야기) 블로그에서 펌
실행을 눌러야 음악이 나오네요
사람과나무 - 쓸쓸한 연가
나 그대 방에 놓인 작은 그림이 되고 싶어 그대 눈길 받을 수 있는 그림이라도 되고 싶어 나 그대 방에 놓인 작은 인형이 되고 싶어 그대 손길 받을 수 있는 인형이라도 되고 싶어 그댈 사모하는 내 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행여 그대 더 멀어질까 두려워 나 그저 그대 뜰에 피는 한송이 꽃이 되고 싶어 그대 사랑 받을 수 있는 어여쁜 꽃이 되고 싶어
그댈 사모하는 내 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행여 그대 더 멀어질까 두려워 나 그저 그대 뜰에 피는 한송이 꽃이 되고 싶어 그대 사랑 받을 수 있는 어여쁜 꽃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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