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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엔 벌써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하여 어느 순간 갑자기 겨울로 뚝 떨어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즈음은 왠지 늦가을의 느낌이 더욱 와닿고 익숙합니다. 안개와 갈대...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는데는 아주 그만인 존재들이지요. 고향인 이곳을 자신이 쓴 소설의 무대로 등장시켜 그 명성을 드높인 사람은 단연 김승옥이 아닐까 합니다. 안개를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으로 묘사한 <무진기행>이 그것으로, '무진'은 지도상에 없지만 바로 순천만을 그 배경으로 한 것이라는군요.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ㅡ<무진기행> 중에서- 재작년인가 월곶 근처에서 모임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새벽녘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오는데, 어찌나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던지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정훈희의 '안개'와 석미경의 '물안개' 그리고 위 '무진기행'이 연속적으로 스쳐가더군요. 하지만 운전을 담당한 친구에게 안개는 로맨틱하기보단 정말 무서운 적군이었을 겁니다. 여주-충주를 잇는 구간에도 안개가 대단하더군요. 아마도 물이 많은 남한강 인근이라 그럴까요. 노공께서 지난번 람사르총회 때 순천을 방문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멋진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겠구나 기대가 컸었는데 갑자기 예정이 취소되어 맥이 좀 풀렸습니다. 뭐 기회가 되시면 언젠가는 다녀오시겠지요. 운수가 좋으면 그곳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잡을 수 있을지도...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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