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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수확
(봉하사진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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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고독한 시간들.
그 피폐한 시간들 속에서도
서재 안 대통령의 자리 앞에는
언제나 수북이 책들이 놓여 있었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책과 자료를 찾았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그 속에서 다시 두 권의 책을 찾았고,
심지어는 외신에 등장하는 기고들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독서가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더욱 치열하게 하고
생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었다.
한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그 주제 속으로 파고들어
애초의 줄거리에서 일탈하는 경우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예전엔 그다지 흔치 않았던 일이었다.
작은 주제 하나를 이야기하는 데
인용되는 책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인간의 기원으로부터,
유전자,
국가의 기원과 역할,
지나간 우리 역사에 대한 회고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탐구하는 주제와 소재들은 방대했다.
방대한 넓이만큼이나
그 천착의 깊이도 땅속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큰 나무의 뿌리와도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식의 수준과 양의 측면에서
대통령과의 격차를 느끼던 참모들은
이 시절을 거치면서 그 격차가 더욱 커져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쉽고 편안한 대중적 언어를 구사하는 대통령이었지만,
이미 그 철학과 사상의 깊이는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책을 향한 깊은 몰두를 보며
오죽하면 고시공부 할 때 독서대를 개발했을까
하는 생각에 새삼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혼자만을 위한 지적 호기심 충족은 아니었다.
대통령은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읽은 책 가운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강력히 추천했다.
아니,
직접 수십 권을 구입해서 나눠주곤 했다.
작년에는 폴 크루그만의 [미래를 말하다],
최근에는 유럽의 사회보장체제를 설명한 [유러피언 드림] .
대통령은 특히 이 책을 최고의 책으로 평가하고 찬사를 보내며
이런 책을 꼭 한번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판 유러피언 드림'.
말 잘하는 대통령이란 세평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확실히 말보다 글을 선호했다.
독서를 좋아한 이상으로 글을 잘 쓰고 싶어 했다.
글에 대한 욕심이야말로
대통령의 수많은 욕심 가운데 최대의 것이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기막힌 카피도 종종 튀어나오고
또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즐겼다.
소박하면서도 서민적인 언어를 구사하다가
수많은 공격을 받아 시달린 경험 탓이었을까?
대통령은 말로서 사람을 설득하기보다는
한 권의 책으로 설득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집착 이상의 것이었다.
글을 잘 정리하는 사람을
옆에 앉혀두고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집념이었다.
대통령은 홈페이지에 카페를 열고 시스템을 만들어
공동창작을 모색했다.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각종의 문제를 제기하고 댓글을 다는 순간,
대통령은 분명 미래를 꿈꾸며 사는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공동창작을 위한 시스템이 뼈대를 갖추었던 날,
사저의 모든 비서들이
참으로 오랜만에 대통령의 생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
글을 쓰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약한 허리에 상당한 무리를 주고 있었다. 진퇴양난이었다.
글을 쓰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수록,
허리를 비롯한 육체의 건강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손을 놓자니,
밖으로부터 다가오는 힘겨움과
그 긴 시간들을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시간을 이겨내기 위한 책과
글에 대한 집념이 건강을 갉아먹는
악순환의 늪으로 대통령을 서서히 끌어들이고 있었다.
윤태영 ( 대통령 비서실 대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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