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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기> 봉하가는 길 -1

소금눈물note 조회 1,003추천 122012.05.21

네... 바쁘고 정신없는 월요일 아침부터 월급도둑질을 합니다.

나리가 아시면 저는 오늘로 뎅강~ 입니다.

떡잔치 생각하면 허리띠 잔뜩 졸라매고 열심히 돈 벌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그러니까 제가 아침부터 이러는 거, 여러분 절대 소문내지 마세요.

 

 

 

여덟식구였습니다.

촛불에서 만난 친구, 드라마 갤질하다 만난 친구, 가족 두 팀에 직장동료도 섞여있고

상당히 아햏햏한 인적구성에 사는 지역도 중구난방이라 기차여행을 한 날에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어쩌다 줄반장이 되어 식구들 몰고 챙기고 하느라 더 심란했구요.

 

오월은 당연히 노무현!

추모일이 가까워지면 기차표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실히 아는 저는, (승용차로 간다치면 그 주차난이며..아흐...)

30일 전 기차표 예약 가능 날짜가 되자마자 아침 일찍 잽싸게 예매부터 했습니다.

기차표 확보했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 곧 봉하임시열차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다시 바빠졌습니다.

그런데 성질머리가 어찌나 급한지, 기차표 구하자마자 카드로 긁은 것을 잽싸게 선결제부터 해버렸거든요.

4월에 티켓팅을 했는데 그럼 5월에는 선결제한 돈이 들어오겠지 믿고 있다가 6월 카드값에서 제한다는 말을 듣고 멘붕;;; =_=;;;

다시 임시열차 표 끊느라 부산을 떨다보니 살림이 엉망이 되어버려서 진짜 완전 그지가 되어버렸...

아침부터 이런 궁상맞은 얘기를 하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

 

 

암튼, 뭐 정권 바뀌고 살림 말아먹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라,

집 나간 정신은 그렇다 치고 그래도 날짜가 다가오자 정말 마음이 설렜습니다.

 

같이 출발하기 위해 서울에서 청주에서 속속 모여들고

덕분에 제 집은 다시 게스트 하우스가 되어서 주말 저녁부터 북적북적.

 

저녁 일찌감치 먹고 마트에 가서 여행길에 먹을 간식이랑 물이랑 챙기고

 

- 그 사탕을 왜 사! 빼!

 

- 캐러멜 넣은 사람 뭐야? 누가 먹는다고. 초등학교 소풍가냐?

 

- 아 무슨 과자를 그렇게 사!!

 

-음료수 그거 안 먹어. 커피로 바꿔. 아 그 커피 너무 달다니까!

 

-다들 입 닫아! 내가 계산할 거야!! 먹기만 해봐!!!!

 

와글와글 시끌벅적, 마트를 들었다놨다... 출발 전부터 이렇게 마음이 안 맞으니.

봉하가다가 대구쯤에서 내려 쌈박질하고 오게 되는 거 아닌지 불안해집니다.

 

밥 먹고 잘 놀았으면 일찍이나 자던지, 아침 일찍 준비한다고 일찍 자라고 그렇게 으름짱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다떨고 노느라 잠을 안 자는 이 인간들을 어찌한답니까.

 

두들겨 패서 겨우 재워놓았다 싶더니만 아침.

일찍 일어나 눈도 안 뜬 채 밥을 먹고 보따리 보따리 챙기고 짊어지고 드디어 역으로 갑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다른 집에서 모인 친구들과 인사를 하는데

여기저기 노란 티를 입고 오가는 사람들이 보여요.

 

"우리 식구다!!"

 

눈길을 주고 받으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친구들.

 

"커플 티를 입었어!"

 

"어우 진짜 뭐냐. 췟!! "

 

어제 커플 티 입고 자랑하고 다니셨던 분들, 가엾은 솔로들의 시기질투를 뒤통수에 고슴도치처럼 맞고 있으셨던 거 모르시죠?

그러니까 너무들 그러지 마시라구요 ㅠㅠ

 

드디어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왁작왁작 설레서 기차에 오른 것도 잠시..

 

"저...여기 우리 자리..."

 

"어? 저희 자리 맞는데요?"

 

읭??
이게 무슨 !!

 

전화기에 저장된 좌석번호를 들고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줄반장을 맡은 제게 쏟아지는 따가운 눈길들!

 

"저 인간 하는 짓이 원래 그래"

 

"저럴 줄 알았어!"

 

"보나마다 기차표값도 다 꿀꺽하고 무임승차 시킨 걸거야."

 

"우리 이제 그럼 기차 지붕에 올라가 지붕 붙잡고 가는 거야? 엄마 나는 손 힘이 약해요 ㅠㅠ"

 

사색이 되어 이 차 저 차 왔다갔다 헤메는 중에 여기저기서 아는 척해주시고 도와주시려 한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원래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사람은 아닌데요 어제만 그랬어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ㅠㅠ

 

결국... 진행맡으신 분께서, 좌석번호를 잘 못 알려주셨다고 헐레벌떡 달려와 알려주셔서 1호차 맨 앞 칸으로 갔습니다.

 

(어제 그 무지하게 시끄럽고 어수선했던 사람들이 저희들이예요.

근데요 저는 절대 안 떠들었어요. 전 진짜 조신하고 착하고 우아하고 갠찮은 사람이거든요.)

 

자리에 앉고나선 언제 저를 모함하고 흉봤는지 순식간에 모른 척 하고 신난 무리들.

보복들어갑니다.!

 

 

 

"어우~ 고모 왜 이러세요 증말~!"

 

"네가 젤 큰 소리로 흉본 거 알아 이눔아!!"

 

그동안 사사세에서 솜씨좋다 이쁘다 - 제 조카 자랑한 거 다 뻥이라는 거 오늘 자백합니다.

엄청 이상한 녀석이예요!

 

 

 

 

여행은 그래도 먹는 즐거움!

저마다 가방에서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간식들을 꺼내놓고 누구의 위장이 더 큰가 열심히 자랑하는 사이에

김밥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배 불러도 김밥은 또 먹어줘야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기대보다 훨씬 괜찮았던 김밥.

우리나라 기차여행에서는 처음 먹어보는 도시락이었는데 맛있었어요.

오 괜찮아!!

 

 

창밖은 신록의 오월.

지나가는 마을마다 아카시아꽃이 피고 지고...

모내기 준비를 하느라 바쁜 들녘이 보이고

 

 

 

기차 맨 끝자리라 문을 열고 나가면 이렇게 바깥도 볼 수 있구요.

일본여행에서 승객들을 위해 이렇게 바깥을 내다볼 수 있게 예쁘게 유리창을 낸 걸 봤는데 우리 기차도 그런 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슝슝 지나가는 마을

 

 

경상도로 들어서니 도로 변의 철길마다 저렇게 장미울타리가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예전 그 작은 진영역에도 장미울타리가 이뻤다는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드디어 긴 여행의 종착역이 다가왔습니다.

 

 

 

진영역에서 기다리고 계신 버스 아저씨.

일행들과 흩어져서, 이 인간들이 안 보인다고, 민폐끼치면서 헤메고 돌아다닌다고 울고불고 찾아다녔더니

저만 빼고 다들 일찌감치 버스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더라능 -_ㅜ

 

 

진영역 오른편 언덕에 핀 아름다운 꽃들을 보니 우리 연지는 지금 얼마나 예쁠까 마음이 설렙니다.

공단 입구부터 느린 행렬... 역시 오월이구나.. 많이들 찾아주셨구나 싶어 울컥해집니다.

아 오늘은 정말 울지 말아야할텐데 말이지요...

 

 

 

버스는 슝슝 달려 봉하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입구부터 추모현수막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젖어들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오늘도 역시 힘들 것 같아요.

 

 

아 여기까지만 일단.

너무 길어져서 여러분들 현기증 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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