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임원선거 전에 미리 땡겨서 생일잔치를 하는 정치적인(?) 엄마도 있고 아주 소박하게 가족과 보내는 가족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엘 갑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요즘 세태가 그렇습니다.
저는 아이들한테 생일날은 '선물받는 날'이 아니고 생명걸고( 출산의 고통을 솔직하게 자연스럽게 설명해 줍니다 ) 너희를 낳아준 부모님( 특히 엄마 )께 감사하는 날이란 걸 끊임없이 주입(?)시킵니다. 선물받는 것도 좋고, 서로 축하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라고...
제 기억에 남는 생일 잔치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 1
소극적이고 사회성이 없는 아들이 학교에 입학해 처음 맞이 한 생일날. 도무지 적응을 못고 혼자 겉도는 아들에게 좋은 기회다 싶어 멋진 생일파티를 계획했습니다. 엄마는 초대장 20장을 이쁘게 만들어 아이 편에 보내고 손수 집에서 음식을 아주 푸짐히게 만들었답니다. 그러나 그 날 반의 영향력(?)있는 다른 아이와 생일 겹쳐서 초대받아 잔치상에 앉은 아이가 자기 아이를 포함해 겨우 3명이었대요. 20명을 기준으로 푸짐하게 갖은 솜씨를 다 부려 준비했던 생일상. 잔뜩 남은 음식을 치우며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 2
문화원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문화재 안내를 업으로 삼으시는 분이셨습니다. 돈만 있으면 되는 천편일률적인 생일파티를 탈피하고자 마음에 맞는 다른 엄마와 미니버스를 대절해 친구 15명 정도를 초대해서 강화도 일주를 했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곳곳에 다니면서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점심 시간에는 허름한 식당에서 오천원짜리 백반을 사서 먹였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허기져 엄청 맛있게 먹더랍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부모님들한테 감사인사를 받은 생일파티였대요. 멋지고 의미있는 생일파티지요?
# 3
지금은 살림살이도 나아지고 외식산업도 발달했지만 25년전만 해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반아이 중 규모가 큰 레스토랑을 하는 집 무남독녀의 생일날. 그 부모님이 40여명이 넘는 반 아이들 전원을 초대했습니다. 그런 곳에 처음 와서 낯설어하는 아이들에게 스테이크 먹는 법도 가르치며 꼬마친구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였습니다. 초대받지 못해서 소외받는 아이없이 모두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 4
우리 아들 유치원 때. 친구 어머니가 집으로 초대하셨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마지막 음식까지 아이들에게 음식 하나하나 먹는 법과 남의 집에 초대를 받으면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됨을 교육하셨답니다. 약간 엄숙하고 교육장(?)같은 그런 생일파티가 처음이라서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그 당시 아이들을 초대하면 마음이 들떠서인지 식사예절이 좀 그런 시절이었거든요. 그리고 식사 후 가까운 들로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골고루 현상해 보내 주셨습니다. 지금은 디카가 있어 사진이 흔하지만 그 때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제는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아이지만 참 고마운 어머니셨습니다. 그 때 받은 사진인데 공사장 초소에 들어가 있는 모습들이 귀엽지 않나요? 그 개구장이들이 지금은 28-29살이 되었답니다. 울산 친구들 모두 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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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아들 생일날입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셨다고 토요일 저녁에 아들이 엄마아빠께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사줬습니다. 히히~~ 저 지금 자랑질(?)하는 거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