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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늦은 오후 한 때.
멜랑꼬리한 기분에 흘러간 팝송이나 들을려고 시디 케이스를 뒤적인다.
맨 밑칸 구석진 곳에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랬다.
아니, 나에게 이런 시디가 있었다니?...
반가운 마음에 그 사람에 정을 주기 시작했던 2002년을 회상해본다.
5공 청문회 때 반짝 스타 정도로 '똑똑한 국회의원 한 사람 있네!' 하면서 스쳐 지나 간 사람.
그런 그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받기 위해 연일 특유의 사자후를 토해낸다.
광주 경선에서의 피를 토하는 그의 연설이 귓가에 아련하다.
그래서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었다.
그래서 희망 돼지 저금통을 분양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거리 연설하는 유세장에 가서 노란 목도리를 흔들기도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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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이 시디를 처음으로 플래이 온 해보았다.
내용은 2000년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에 홀로 노란 깃발을 꼽아 보겠다고 몸부림 치는,
이 땅의 민주발전을 저해하는 악마와도 같은 지역감정을 타파하자고 외치는,
맨땅에 헤딩하고 산 더미같은 바위에 계란 던지는 그 사람의 모습에서 처연함을 보았다.
아시다시피 결과는 처참한 참패였다.
이 시디의 끝 부분에 정치 평론가들은 한결같이 얘기한다.
그 사람의 정치적인 미래를 볼 때 꼭 실패한 것만은 아니라고...
.
.
.
성공한 정치인이었던간에 실패했던간에
그 사람은 내 가슴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리곤 가끔씩 그를 생각하고 슬픈 눈물 떨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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