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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추모하며
1주기에 부쳐
님이시여!
오늘은 님께서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시던 손녀딸과 마지막까지 꿈꾸시던
사람 사는 세상을 뒤로 한 채 희붐한 새벽을 안고 홀로 부엉이 바위 위로
훌쩍 날아 오르신 지 꼭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님이 계신 그 곳에도 봄은 왔는지요?
이곳은 님이 계시던 그때처럼 어김없이 들에는 뭇 생명들이 푸르름을 더하고 산에는 수많은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은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인연 따라 피어나고 또 사라져 갈 뿐 이건만 오직 우리 인간만이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곳을 향한 욕심으로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며 심지어 없는 죄를 만들어 허물을
뒤집어 씌우기까지 합니다
님이 그렇게 가신 것처럼
님이시여
무엇이 그리도 급하셨습니까?
약하고 힘없는 자의 아픔엔 두 주먹 불끈 쥐고 가장 먼저 나서셨던 당신
그러한 당신께서 정녕 자신의 작은 허물 앞에선 그렇게도 힘이 드셨나요?
빛이 어둠을 이기고 진실이 거짓을 이긴다는 이 엄연한 만고의 진리 마저
믿을 수 없으셨나요?
님이 떠나신 이 땅에는 지금 님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큽니다
가장 높은 곳에 계시면서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시던 당신
님이 가지셨던 모든 권력을 국민들에게 다시 돌려 주셨던 고마운 당신
그러나 정녕 당신은 허허 벌판에 홀로 선 채 가증스런 저들의 검은 손과
검은 펜 앞에서 온갖 모함과 시기에 고통스러워 하시면서도
어찌 내 진심을 믿어달라 말 한마디 없이 외려 당신을 버리시라며
홀로 그렇게 부엉이 바위에 오르셨나요
최고의 자리에서도 부당하게 그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셨던 당신
그러나 님이 떠난 지금 온 몸이 조여 옵니다
어찌 해야 하나요?
말을 하기가 두렵습니다
글을 쓰기가 두렵습니다
해학과 풍자의 UCC 한 컷도 인터넷에 올린 한 문장의 글도 권력 행진에
방해가 되면 불법이란 굴레를 씌워 입을 다물라 합니다
원칙이 반칙을 이기는 지극히 상식적인 세상을 꿈꾸었던 당신
그러나 님이 떠난 이 땅엔 원칙도 상식도 자꾸만 무너져 내립니다
님을 부엉이 바위 위로 오르게 한 저들의 검은 손과 검은 펜은 원칙과
상식의 잣대를 놓은 지 이미 오래 입니다
오직 자신들의 안위와 부귀 영화 권력을 향한 도구로 존재 할 뿐
저들 앞에서 옳고 그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권력의 안녕을 위해 언제던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이 척박한 모순의 땅 정녕 님이 그립습니다
어린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논둑 길을 달리시던 소박한 님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다시 볼 수 없는 님
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님이여 그곳에서 외롭지는 않으신가요?
그러나 이젠 외로워 하지 마세요
님이 가시던 날 봉하에서 서울광장에서 온 나라 곳곳에서
통곡의 눈물을 흘렸던 그 수많은 국민들이 오월을 맞아 님을 추모하며
이곳에서 다시 님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불렀던 이름
그 이름 석자가 오월의 바람을 타고 이 강산 이 강토를 적시고 있습니다
님이시여
언제나 돌아가 울고 싶은 당신의 무덤가엔
님을 가슴에 묻은 많은 국민들이 님에게 전하고 싶었던 저마다의 글귀를
새긴 작은 박석들을 온 묘역에 하나하나 올려 놓았습니다
그 통한의 글귀들이 바람을 타고 님을 맞을 것입니다
외로워 하지 마세요
님이시여
이젠 이 나라 이 조국을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영문도 모른 채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져 간
46명의 고귀한 장병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불행이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굽이굽이 반만년을 흘러 우리 민족의 삶을 지탱해 온 생명의 터전
온갖 생명들이 살아 숨쉬며 모래밭 자갈밭 얕은 곳 깊은 곳 생긴 그대로
제길 따라 흐르며 자자손손 이 민족을 지키며 유유히 흘러온
저 아름다운 강 그 생명의 강줄기가 무참히 파헤쳐져 마침내 강은
사라지고 물길만 남게 될 이 강토의 참혹한 난도질을 멈출 수 있게
도와 주시옵소서
오늘
님의 1주기를 맞아
여기 한 개피 담배와 한 잔의 술을 올리며
님의 영전에 향을 사릅니다
부디 편안히 영면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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