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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1991년이었습니다.
건축가였던 나는, 세입자이기 때문에 재개발의 혜택은커녕 어디론가 빈손으로
쫓겨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끝에, 기존의 재개발방식과 달리 세입자도 입주 가능한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아무 방법이 없는지, 집을 지어주지는 못하지만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도 제시해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일 년간의 시간을 들인 뒤 ‘세입자의 입주가 가능한 재개발’을 주제로 책을
한 권 펴냈습니다. 집 주인만 혜택을 받았던 기존의 방법과 전혀 다른 재개발이라 언론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비매품이라 구입할 수 없으니 보내달라는 요청을 여러 곳에서 받았습니다만
모두 도서관이나 주택정책연구자들이었습니다.
국회의원 노무현의 전화를 받다
실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될 정치가와 행정가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당시 13대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허정도 선생님입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저는 국회의원 노무현입니다. 허 선생님께서 재개발에 관한 책을 펴냈다고
이야기들었습니다.”
“예, 그렇긴 합니다만…”
“그 책을 한 권 구해
직접 연락을 드렸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아, 예…, 그렇게 하시죠.”
“보좌관을 마산으로 보낼 테니 그 친구 편으로 한 권 보내주기 바랍니다.”
“우편으로 보내드릴 수도 있는데…”
“아, 아닙니다. 그 친구가 부산에 갈 일이 있으니 마산에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뒤 마산에서 만난 보좌관의 말.
“지역구의 가난한 세입자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기 위해
노무현 의원께서 직접 책을 읽어보려는 것입니다”
저의 짧은 ‘노무현의 추억’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는 이런 정치가였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가의 모색을
그는 몸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노무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는 한국정치에 대한 희망을
그에게서 발견했습니다.
오래된 일이라 잊고 있었는데 그가 떠난 지 나흘째 되던 날, 불현듯 그 때 일이 생생히 떠올라 이 글을 썼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같은 자리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 정치가 노무현…,
그가 정녕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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