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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
환절기의 옷장을 정리하듯
애정의 물꼬를 하나 둘 방류하는 밤이면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길,
내가 가야할 저만치 길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크고 넓은 세상에
객사인지 횡사인지 모를 한 독신자의 시신이
기나긴 사연의 흰 시트에 덮이고
내가 잠시도 잊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달려와
지상의 작별을 노래하는 모습 보인다
그러므로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
모든 영혼은 풀잎 위의 이슬과 같은 것,
풀도 이슬도 우주로 돌아가, 돌아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어라
잊어야 할까봐
나는 너를 잊어야 할까봐
아무리 붙잡아도 소용없으니까
하느님 보시기에 마땅합니까?
오 하느님
죽음은 단숨에 맞이해야 하는데
이슬처럼 단숨에 사라져
푸른 강물에 섞였으면 하는데요
뒤늦게 달려온 어머니가
내 시신에 염하시며 우신다
내 시신에 수의를 입히시며 우신다
저 칼날 같은 세상을 걸어오면서
몸이 상하지 않았구나, 다행이구나
내 두 눈을 감기신다.
.... 43세로 지리산 뱀사골에서 운명을 달리한 고 고정희 시인의 시 하나 첨부합니다.
6월 26일 오늘 후배가 출상하는 날이네요.
한 줌의 재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4살 아들과 삼칠일도 안지난 딸을 두고 갑니다.
칼날 같은 세상에 엄마없이 지낼 아이들 생각에 ... 2009년 여름 참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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