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녀교육에 목숨을 건다는 말이 딱 맞는 세월을 살고있습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제가 보기엔 아이들의 학력이 높아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왜 모두들 이래야 되는지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입니다.
사교육비 대느라 변변히 옷 한벌 못해 입고, 제대로 여행 한 번 못가고 사는 우리네 부모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시중의 돈이 빚얻어 산 아파트값과 학원비에 다 쓰여서 다른 쪽으로 흘러갈 여력이 없어 사는 것이 더 팍팍한 느낌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 그 돈으로 아이들과 여행도 가고 서로의 생각도 나누고 좀 더 넓게, 높게, 깊게 보고 살면 좋으련만......
저같이 직장에 다니느라 정보에 어두워서 ( 천만다행이지요? )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모르고 내 맘대로,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키웠지만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줏대있게 살기도 힘든 세상인 거 백번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목적이 있고 촛점이 맞춰진 삶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고 했는데 오로지 대학입학만이 삶의 목표가 되어있는 세태가 그냥 안타깝습니다.
능력이 되든 안되든 '선수학습'으로 이미 학습 내용을 배우고 온 아이들은 수업에 도통 흥미가 없습니다.
'지적 호기심'이 전혀 없는 아이들을 앉혀 놓고 수업하는 것이 교사로써 얼마나 맥빠지고 재미없는 일인지 잘 모르실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아이들의 특징은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 는 것입니다. 어설프게 배워와서 수업에 흥미도 없고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모르는 것도 아닌 참 어정쩡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한창 운동이나 놀이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할 아이들이 공부에 짓눌려 해가 갈수록 감당하기 어렵게 급변하는 아이들 때문에 교사였던 저도 2-3년 전부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소리는 '많~이 잘 놀아라' 입니다. 10세를 전후한 아이들한테 노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요? 부모와 눈만 마주치면 -공부해라- 소리뿐인데 듣던 중 얼마나 반가운 소리겠습니까?
신이 난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께 전하겠지요? -우리 선생님이 잘 놀아야 된대. 많~이 많이 놀아야 한대. 노는 게 공부래- 이러면 부모님 왈 "느네 선생님이 나이가 많아 세월 변한 걸 잘 몰라서 그렇단다." 그러신다네요......ㅠㅠㅠ 저는 나이는 좀 많아도 생각이 아주 젊은데......
억압된 것이 이상하게 표출되는 요즘 청소년들을 보며 건강치 못한 사회가 될 것 같아 노파심에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뱀발 - 급식에 후식으로 삶은 밤이 나왔습니다. 먹는 방법을 모르고 귀찮아서 먹을려고 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청소하는 방법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법도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법도 이 모든 것을 잘 할 줄 모릅니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가 되고 공부가 '우상'이고 '신앙'인 세상이지요.
- 대한민국은 학원공화국- (펌)
아침 신문을 펼친다. 다시 ‘특목고 사교육’ 열풍-논술 강화로 인기 부활,초등 4학년 때부터 준비.” 오래 읽는다. 다른 신문에서는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이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현실을 꼬집고 있다. 강북에서,그것도 집값이 싸기로 열 손가락에 꼽히는 동네에서 초등학교 2학년과 6학년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요즘의 내 화두는 아쉽게도 북핵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 현장이다.
첫째 아이가 6학년이 되면서 입소문이 난 학원을 수소문해 알아보니 특목중·고 입시 준비가 가관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교 수학은 물론 과학 진도까지를 끝내고 있지 않나, 대학 수능 수준의 영어 문제를 풀고 있지 않나, 논술은 이미 문학과 철학을 넘어 사회과학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다.
영어 교육을 위해 월 평균 2000명이 대한민국을 탈출하고 그 가운데 절반이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면 한다 하는 집 자녀들은 일찌감치 나가 있고,하다 못해 석달이라도 나갔다 오는 게 대세다. ‘ 교육 엑소더스’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린 학생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일제히 토해내는 학원 앞의 진풍경은 매일 저녁 늦게까지 여러 차례 되풀이된다. 학교 공부를 마치자마자 또 다시 학원들을 돌아야 하는 저 어린것들은 무슨 고생이며, 버젓이 낸 세금으로 학교 보내고 또 허리띠를 졸라매 그 비싼 학원비를 충당해야 하는 부모들은 또 무슨 생고생인가. 저리 학대하듯 시켜야 할 공부가 뭐가 있으며, 저렇게 해대는 공부가 과연 우리 삶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것인가.
우리나라 초·중·고,유아 사교육비가 총 15조원에 육박했다는 기사는 지난해 얘기였다. 이제 사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만 같다. 얼마 전에 들은 서늘한 우스개 소리가 떠오른다. 이제 학교만 없어지면 된다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학교에서 방금 온 아이에게 학원 숙제와 학원 시험 준비를 닦달하는 얼마나 비교육적인 것인지를 다 알면서도, 아이를 ‘대한민국 학원기계’로 만들어가는 부모들 심정은 오죽할까. 이 병든 교육 현장으로부터 ‘엑소더스’를 이끌 이 시대의 진정한 모세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나혜석의 이혼고백서를 빌려 ‘대한민국 교육고백서’라도 외치고픈 이 시대의 어미들이 떠오른다.
“아이들아,어미를 원망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와 대한민국의 학교와 학원과 대학을 원망하여라. 네 어미는 대한민국 학원공화국에서 너를 무사한 생존자로 살아남게 하기 위해 이 괴물 교육 시스템에 희생된 자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