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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노무현자서전- 감상문

비조(飛鳥)note 조회 2,572추천 762010.05.03

<리뷰>

 

『운명이다』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재단 엮음  .  유시민 정리-

 

 

“노무현 의원은 앞으로 큰 정치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989년 5공청문회에서 일약 스타가 된 노무현 의원이 당시 꽤 인기 높은

‘사랑방중계’ 라는 TV프로에 출연했을 그때 게스트로 나온 작가 ‘최일남’

선생이 한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최일남 선생이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다.

 

그 말처럼 노무현 정치역정은 고난과 영광이 교차한 파노라마 연속이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인간 노무현의

운명을 그도 직관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집념가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해가 떠오르는

시각 홀연히 세상을 떠나갔다.영광과 좌절 그리고 모든 집념을 내려놓은 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펴낸 자서전이 ‘유시민’ 정리하여 출간되었다.

제목은 <운명이다>이다.

운명........노무현 대통령은 그에게 주어진 운명 앞에 두려움 없이 온몸으로

맞서며 불굴의 의지로 헤쳐 나갔으나 끝내 운명에 굴복한 것일까.

부엉이 바위에 올라 몸을 펼침으로서.

하지만 아니다. 그의 자서전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운명 앞에 당당히 자신과의 운명과 최후의 정면승부를 했음을 나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노무현은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은 참지 못했다. 수줍음이 많았기에 자신을 낮추었으며,

무엇보다 후안무치함에 대해선 견디지 못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김해 진영을 잘 안다.

삼랑진, 밀양 쪽으로 나들이 다닐 때 진영을 자주 지나다녔다.

딸기재배를 주로 하는 삼랑진으로 친구들과 딸기 먹으러 가려면 진영 초입을

통과해야 했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30년도 더 지난 진영에 대한 기억, 흙길 비포장도로에 진입로가 호젓하고 조용한 읍.

새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양쪽 길에 아주 많았다.

그래서 진영하면 ‘감’이다.

그건 그 당시 진영읍이 가진 거라곤 ‘감나무’밖에 없다고 부산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진영은 그것도 품종이 개량되지 않아

‘땡감’만 달리는 감나무가 전부인, 깡촌이었다.

부산사람들의 진영에 대한 인식도 대체적으로 그랬다.

김해 쪽에 사는 사람들만 해도 부산 사상공단이나 수산물 시장 등지에 일자리를

얻어 나오기는 쉬웠으나 진영은 교통편도 불편했고 인접한 대도시 부산으로

나온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자서전 <제1부 출세 -유년의 기억>-을 읽으면 아주 가난했던 그렇지만 강단으로

버티던 유년 기억속의 고향 얘기가 나온다. 내가 기억하던 진영과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진영이 마치 사진을 보여주는 듯 정겹기도 하지만 그가 겪었던 가난은 아픔이

된다. 끼니가 없어 메밀죽으로 때우기도 했다는 노무현 일가.

 

노무현 자서전 곳곳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입이 되어 힘들었다.

내가 이 책을 울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을까?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읽고 싶었다.

오랜 노무현 지지자로서 , 참여정부 시절 내내 국정운영에 대해 온 힘을 다해

지지하고 넷상에서 옹호하는 글을 줄기차게 써온 나였기에 객관적으로 이 자서전을

읽으며 인간 노무현을 돌아보고 싶었다.

 

자서전이란 대개 인생의 종착역쯤에 도달한 인물이 지난날을 회고하며 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이렇게 빨리 읽게 될 줄을 정말 몰랐다.

정말이지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만큼은 내가 살아생전에 결코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결국 서거 1주기를 맞아 자서전은 출간되었다. 운명처럼.....

 

이 책을 정리한 유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자신의 삶에 관한 자필기록과 구술기록을

많이 남겼다. 이 기록들을 시간과 사건에 따라 재구성, 압축하면서 ‘재집필’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존해 있으면서 자서전을 썼다 해도 작업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자서전 본문은 대부분 노무현이 직접 작성하거나 구술한 자전적 기록을

재구성하여 집필하였다. 출생에서 서거에 이르기까지 인생역정 전체를 기록한

‘자서전’은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 중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20년 정치인생을 돌아보았다. 마치 물을 가르고 달려온 것 같았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는데 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검찰이 시시각각 조여오고 봉하 자택에 거의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던 그 당시

자신의 20년 정치역정을 돌이켜 보며 노무현 대통령은 깊은 회한과 비탄에 잠겨

세상을 바꾸는 정치가 무엇이며 진보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정치참여를 통해 각성된 시민으로 살고자 했던

나 역시 이 물음에 대해 자신있는 말을 하지 못한다.

너무나 빨리 보수로 회귀한 대한민국,

진보적 가치에 대해 여전히 폄하하는 보수 기득권층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 앞에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쉽게 부서진다.

자서전 여러 곳에서 ‘운명’은 자주 등장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책 프롤로그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운명적인 글귀를 남긴다.

 

나는 언제나 양심과 직관이 명하는 바에 따라, 스스로 당당한 사람으로 살고자

몸부림쳤다. 작은 흙집에서 났고, 거기에 새로 지은 큰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 집에서 살다가 죽을 것이다. 이것이 내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은 한 줄의 카피로 상징되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리고 사후 또 한 가지 유산이 된 ‘깨어있는 시민’이 있기도 하다.

‘사람 사는 세상’을 노무현 대통령이 애용하게 된 유래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80년대 민중가요 중 <어머니>라는 노래를 특히 좋아했다.

노래 첫 구절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나의 어깨동무 자유로울 때.....“

 

가끔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으로 삼았다.

아, 사람 사는 세상은 아직도 이룰 수 없는 꿈인가.....

자서전을 담담하게 읽어가던 나는 이 대목에서 결국 눈앞이 흐려지며 울고 말았으니

살아생전 마지막 외출이 된 서초동 대 검찰청 소환을 앞두고 밝힌 심경으로 짐작된다.

 

노사모는 검찰에 소환되어 봉하집을 나설 때 버스 앞에 노란 국화 꽃잎을 뿌려 주었다.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그 긴 시간 내내 검찰청사 앞에서 노란풍선을 들고 기다려 주었다.

노무현을 버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끝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2009년 4월 30일 기억도 생생하다.

서초동 대 검찰청사 앞으로 일찌감치 많은 지지자들이 모였다. 길가에는 어김없이

노란풍선이 양쪽으로 몇 백미터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손에 손에 노란풍선을 들고.

보수노인들이 반대편에 집결해 있었으나 눈에 들어오지도 관심도 없었다.

나도 그 자리에 섰다. 낮 12시 5분경 인가. 누군가가 “저기 노무현 대통령님이시다”

낡고 검은 대형버스가 쏜살같이 검찰청사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거의 순식간에.

검은 유리창 속의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노란풍선 물결과 자신을

지지하는 변함없는 이들을. 그가 검찰청사 안으로 빨려들어 가듯 들어가는 차 뒤편

유리를 향해 보수노인들이 벗어 던지는 신발들이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한없이 허망했던 그날. 그날이 노무현 대통령 생애 마지막 외출이 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이 검찰청사 안으로 사라지고 난 후 한 블록 떨어진 ‘법원’까지 그냥

걸었다. 걷다보니 어느새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나는 그날 그렇게라도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평생 한으로 남았을 것.

노무현 대통령이 자서전에도 말했다시피 ‘대한민국은 여전히 보수의 나라’,

그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서전 권두언 ‘고맙습니다’는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노무현 자서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는 유시민 전 장관이 썼다.

 

프롤로그 -실패와 좌절의 회고록- 노무현 대통령이 기록하였다.

책 본문은 4부로 , 제1부 -출세, 제2부 -꿈, 제3부 -권력의 정상에서, 제4부-작별

이렇게 구성되었으며 에필로그는 유시민 전 장관이 썼다.

 

제1부부터 제4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출생부터 서거에 이르기까지 인생역정,

정치인 노무현의 굴곡지고 파란만장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참여정부 5년 동안 한시도 정치참여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실감나게 느껴져 그 당시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마하여 낙선을 거듭할 당시 부산에서 살았던 나.

그래서 도무지 노무현 대통령이 남 같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6개월 대통령 집무정지, 광화문 탁핵반대 촛불시위, 대통령 복귀,

이라크파병, 한미자유무역협상, 대연정제안, 열린우리당 해산, 등 참여정부 5년

국정운영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 듯 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바로 열린우리당 해산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 결의에

관한 일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사수파와 대통합민주신당파로 나뉘어 극심한 혼란을 겪었었다.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제를 지키며 절대 해산불가를 주장하였으나 노 대통령은 결국

열린우리당 해산 결정을 승인하게 된다.

내가 몸담고 있었던 단체도 열린우리당 사수파였으나 노 대통령 뜻을 알게 되었고

눈물을 머금고 열린우리당 해산에 동의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속한 단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던 나는 본의 아니게 열린우리당 사수파에게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으며 지금 역시도 그 문제로 나를 비난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해산은 참여정부 지지자에게 깊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열린우리당 해산 결정에 아직도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이 글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해산 만큼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약간은 서운함이 남아있는 게

솔직한 나의 심경이다.

 

선거에서 여러번 낙선한 노무현은 제3당으로는 지역당을 타파할 수 없다는

경험적인식을 얻었다.

2007년 2월 열린우리당이 대통합 결의 전당대회를 했을 때 유시민 장관이 열린우리당

사수파를 모아 당을 지키고 재창당을 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 그때 말리고, 반대해서

싫다는 것을 억지로 협력하게 만들었다. 이 모두가 제3당으로는 지역당을 깰 수 없다는

경험적 인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뗄 수없는 관계인 ‘검찰개혁의 실패’, ‘정치권력과 언론개혁

(276p)에 대한 기록은 자서전 중 가장 중압감을 느끼게 했다.

검찰개혁의 실패, 정치권력과 언론개혁은 이제 진보진영의 남은 과제가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했고 불편한 관계였던 검찰과 언론개혁은 후세대의 몫이다.

노무현 자서전 중 제4부 작별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슬프고도 간결하고 절제된

유려한 문장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2009년 5월 23일, 해 떠오르는 시각 부엉이 바위에 선 노무현 대통령......

 

에필로그는 유시민이 직접 썼다.

 

“그가 절대고독 속에 혼자 부엉이 바위에 오를 때 나는 곁에 없었다.....”

 

유시민은 아마도 이 일을 평생 짐으로 짊어지고 살아 갈 것 같다.

참여정부 측근 인사들, 오랜 지인들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지지자들,

또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살아생전 엄청난 비난과 증오를 퍼부었던 자들도

업보로 삼고 살아야 할 것이다.

누구도 그 누구도 노무현을 대신해서 죽지 않았기 때문에.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를 다 읽은 후 뒷동산을 걸었다.

늦게 핀 산벚꽃이 휘날리고 있다. 반짝이는 햇살을 받아 꽃비가 되어 날린다.

꽃잎 속에 노무현이 있다. 수많은 노무현이 밀짚모자를 손에 들고 찡긋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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