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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소금눈물note 조회 1,905추천 38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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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하다,
세상이 정말 정신사납게 돌아간다. 좋아하지도 않는 삼류코미디액션영화 같은 어뢰가 북에서부터 날아들....(그러나 방향은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출발하였다나)어 초계함이 박살이 나고 생떼같은 목숨 사십 여섯이 죽었다. 구조하러 들어간 백전노장의 UDT대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병, 대부분은 이십 대 초반의 어린 병사들이었다.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설레발을 치던 군 수뇌부와 통수권자, 지휘라인들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곧장 벙커로 달려들어가 머리를 박더니 한 달이 한참 지나서야 이러쿵 저러쿵, 나 같은 삼류 얼치기 작가지망생도 안 쓸 스토리를 내놓고 안 믿어준다고 고소하겠다고 협박질이다.

이 와중에도 전 정권을 물어뜯다 못해 발기발기 난도질을 하고 그 난도질에 제 목이 조이게 생긴 부류들은 넘겨받은 지 이 년도 더 넘은 정권을 심판하자고 난리고, 수장을 참혹하게 잃은 전 정권은 뒤늦게 분노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나도 바쁘다.
하루종일, 눈을 뜨면서부터 컴퓨터를 켜서 돌아다니는 동네마다 새로 올라온 뉴스를 챙기고 지지율을 눈여겨보고 후원금이 모자라다는 비명에 통장계좌를 뒤지기 시작한다. 딱히 모아놓고 사는 형편이 아니니 뒤져도 뻔한 살림, 하는 수 없다, 여름에 가려고 모으던 여행적금을 깬다. 아파트 관리비는 좀 밀려도 괜찮아. 휴대폰 요금..까짓거 이번 달은 눈 딱 감고 전화로 친구들을 닥달해보자. 투표 안 하면 너는 앞으로 나 못 본다고.

떠오른다. 처음이 아니다.
나...그때도 그랬었다. 그때도, 그 여름 가을 겨울이 오도록 거래처 직원을 협박해 표를 모았다. 낯가림을 그토록이나 하는 내가, 쭈빗쭈빗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를 찾아가 기웃거렸다. 정치가의 연설회였다. 동료들에게 돼지들을 실어나르고 원룸 자취집 문패로 노무현 스티커를 붙였다가 집주인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그때는 그게 참 재밌었지. 될 것 같았다. 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그냥 즐겁고 미치도록 좋았다. 무언가 이 나라가 썩 괜찮은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나는 그 달려가는 무리에 있다고 자부했다.

지금도 그런가.
그때보다 주머니를 터는 일은 더 잦아졌다. 한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가문' 출신들을 아예 리스트로 뽑아 여기저기 올리고 푼돈을 보탠다.
그렇지만...그때 만큼 즐겁지도 신나지도 않다. 차라리 분노다. 더는 너희들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더는 놓아줄 수 없다는 비명이다.


틈틈히 책을 읽는다.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책을 펴서는 불 꺼진 사무실에 혼자 남아 한 시간 꼬박 코를 박고 있다. 새벽녘까지 책을 펴서 밑줄을 그어가며,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책장을 넘긴다.
그가 남긴 책들이다.
분명히 그는 부재라는데, 세상에서 그의 숨결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데.

아니다. 내가 가는 곳 어디서든 그는 살아 걸어나온다. 안희정의 이름을 부르다 화장지를 꺼내 얼굴을 묻고 울고 유시민의 손을 잡아 높이 들며 환하게 웃는다. 풀썰매를 타며 미끄러지고 어린 손녀를 뒤에 태우고 시골 길을 자전거로 달려간다.

그의 생각도 가슴도 살아 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그는 다 한 것일까. 대한민국의 현재, 이런 사상과 고민을 가졌던 정치가를 우리가 어떻게 가졌던 것일까 싶게 그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그 자신 권력의 최정점이었던 직업 정치가가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고민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그랬었다. 일 년 전까지 그런 사람이 있었다.

<운명이다>를 어렵게, 정말 힘겹게 읽고 '독후감'을 쓰려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읽으면서 내내 책장을 적셔야만 했던 내 심장이 키보드에 얹힌 손에게 자꾸 다른 길만 비칠거리며 걷게 한다.

그러니 이 글은 당신이 남긴 그 말들에 대한 답이 아니다. 그 글을 읽은 '감상'도 아니다. 그냥 이것은... 뒤늦은 후회이고 주정이고 고백이라고 해 두자.

나는 정말 당신을 사랑했었나보다. 그 쟁쟁한 당신의 가신들이, 당신이 준 고달픈 짐을 원망치 않고 하나같이 그처럼 목메이게 그리워하며 우는 모습 그대로, 그냥... 당신에게 표를 주고 당신을 바라보며 그냥 참 좋았던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인 내가..정말로 참 많이 사랑했었다고, 그게 참 좋았었다고 그리 밖에 말 할 수 없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평화로왔던가. 진실로 그러했길 간절히 바란다. 그 마지막 순간, 그 무섭고도 떨리는 순간, 온 우주의 무게만큼 진실하고 캄캄한 평화가 당신에게 닿았었기를, 당신이 괴롭거나 쓸쓸하지 않고 진실로 평화로운 마지막 모습으로 담았었기를.

당신의 목소리, 쩌렁쩌렁하던 그 울림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 당신을 따라가는 이들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쏟아져나와 함께 어울려 울릴 것이다.

눈물을 쏟아냈던 그 오백 만의 사람 중에 몇은 쉽게 돌아갈 것이고 몇은 늦도록 한숨을 쉴 터이고 몇은 아마도...아마도.... 아주 영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 그냥.. 잊거나 말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렇게 박혀버린 것만 같다. 그게 내 당위인 것만 같다. 세상에 내어놓을 뽀대나는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고 터럭만큼이라도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괜찮은 처지도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그렇게 새기고 영 잊지 않을 사람이 있을 때, 내 이름도 거기에 있으리라는 것이다.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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