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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상을 들고 나가던 아내는 목욕을 간다하며 재빨리 인기척을 없애는 것이었다.
단 둘이서 낮이나 밤을 보내는 형편인데 여자가 없는 겨울밤이 뭣하지 않겠는가?
시간이 흐르고 한 밤이 되었는데도 아내는 돌아 올 기척이 없는 것이었다.
무슨 목욕을 이 시간 까지 할까?
옆으로 샌 것이 분명한 것이다.
하릴없는 시간이 또한 막막한 것이었다.
술이나 한잔 할 밖에.
안주를 뭐로 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어제 먹다 남은 돼지고기 수육은 있다.(참 맛있었었다)
메밀묵도 보인다.
"에라이~~"
겨울밤에 먹는 메밀묵도 별미이니 저것을 해 먹자.
냄비에 디포리(밴댕이)와 다시마를 넣고는 육수를 만들었다.
양념장은 저녁에 아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 싱싱(?)하게 있다.
나는 묵 채를 또박또박하게 써는 것이었다.



돼지고기를 얇게 썰었다.
메밀묵에는 양념장에 파만 썰어 얹었다.
개운한 국물과 맛있는 수육이 있으니 안주로는 그만인 것이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 아내가 돌아오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주방으로 간 아내는 또 한 그릇의 묵사발을 만들어 온 것이었다.
나는 찾는 것이 귀찮아 양념장만 올려 먹고 있는데 아내는 그기에다 쉬어빠진 김치를 채 썰어 추가를 한 것이었다.
"나가서 한잔 했나?'
"맥주 한잔 했지"
살짝 취기를 느낄 수 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드라와 보였다.

농장장도 다시 왔으니 나에게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씩 생기는 것이다.
그저께 농장에서 사용하는 모터(물 전달 용)들을 일괄 점검을 하고, 불량품들을 모아 대구의 전문 상가에 수리를 하러 갔다가 저 우체통을 샀다.
길게 늘여 놓인 돈사 사이를 매일 우체부가 요란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다.
예민한 돼지들이 놀라지 않겠는가?
작년인가? 나는 예술을 한답시고 슬레이트로 우체통을 만든 적이 있다.
그것을 밖에다가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작품이 아주 마음에 안 들어 차일피일 하다가 끝내는 손이 가지를 않는 것이었다.
보시다시피 처음에는 블록의 벽에다 못을 박고 저 놈을 붙였다.
일을 하다가 가만 가만히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저래 가지고는 뭔 재미인가?"
그 때부터 머리가 퍼뜩 돌아가는 것이었다.
"요래 요래 하자"
용수철에 우편함을 붙였다.
그것만으로는 밋밋하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소식(돈 달라는 고지서가 대부분이지만)을 전해 달라는 새를 한 마리 만들었다.
그것도 뭣하여 풍경을 하나 달았다.
나름대로 뭔가 어울리는 것이었다.
저 우체함에 소식을 넣는 우체부는 씨익 웃지를 않겠는가?
"망할노무 인사가 또 지랄을 했구만"
3시간을 허비해서 나는 그야말로 지룰을 한 것이었다. ㅋ



볼펜으로 썼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오늘 밤의 화두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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