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 make error!! /var/www/html/data/world/user_photo/202509/dir make error!! /var/www/html/data/world/user_photo/202509/thumb/

home > 사진·영상 > 참여갤러리

참여갤러리여러분들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 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 4

돌솥note 조회 420추천 212010.07.30

이 사건이야말로
우리 사회 전체가, 물론 대학사회도 포함하여,
당면한 정치적·사회적 모순의 집중적 표현이라는
학생들의 주장은 바로 이와 같은 논거에 입각한 것입니다.




법은 자기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양심은 그렇지 못합니다.
법은 일시적 상대적인 것이지만 양심은 절대적이고 영원합니다.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양심은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본 피고인은 양심을 따랐습니다.
그것은 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양심의 명령을 따르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이 사건에서만이 아니라 그 이전의 어느 사건에서도 그랬습니다.


 



지난해 9월, 10일 간에 걸친 일련의 사건은 이렇게 하여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자체로서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이 사건은
서울대생들의 민한당사 농성사건,
주요 학생회 간부들의 제적·구속, ‘학생운동의 폭력화’에 대한 정권과 매스컴의 대공세,
서울대 시험거부 투쟁과 대규모 경찰투입 등 심각한 충격파를 몰고 왔으며,
공소 사실을 거의 전면 부인하는 피고들에게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일단락된 바 있습니다.


사건 종료 다음날인 9월 28일,
전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백태웅과 뒤늦게 프락치사건 대책위원장을 겸직한 사회대 학생회장 오재영군 등이 지도한
민한당사 농성은 자연발생적·비조직적으로 일어난 이 사건을
부도덕한 학원사찰 및 정권의 비민주성을 비판하는 조직적 투쟁으로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가짜 학생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법률적·윤리적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학원사찰의 존재라는 별개의 정치적 문제를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이 투쟁은 그 자체로서 완전히 정당한 행위였다고 본 피고인은 생각합니다.



이 일이 있은 다음 날인 9월 29일 저녁,
학교 당국은 이정우·백기영·백태웅·오재영 등 4명의 총학생회 주요간부를 전격적으로 제명 처분하였으며,
본 피고인은 9월 30일 하오 경찰에 영장 없이 강제연행 당한 후
 며칠간의 조사를 받고 구속되었습니다.



본 피고인이 가장 먼저 연행당한 것은 미리 도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도피하지 않은 것은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고,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것은 도망칠 만큼 잘못한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은 경찰·검찰에서의 조사 및 법정진술시 기억력의 한계로 인한
 사소한 착오 이외에 여하한 수정·번복도 한 바 없었으며
 오직 사실 그대로를 말했을 따름입니다.


어쨌든 서울시경 국장은
10월 4일 소위 ‘서울대 외부인 폭행사건’의 수사결과를
도하 각 신문·TV·라디오를 통해 발표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4명의 외부인을 감금·폭행한 이 일련의 사건이 복학생협의회 대표였던
본 피고인 및 학생대표들의 합의 아래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10월 4일 이전에 경찰에 연행된 몇몇 학생들 중(본 피고인을 포함) 어느 누구도 이 발표를 뒷받침해 줄 만한 진술을 한 바 없으며,
이후에 작성된 구속영장·공소장 및 관련학생들의 신문조서들이 모두 이 발표의 기본선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임은,
만일 이 모든 서류를 날짜별로 검토해 본다면,
누구의 눈에나 명백한 일입니다.



한마디로 10월 4일의 경찰발표문의 본질은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견강부회·침소봉대·날조왜곡 바로 그것입니다.
그 목적이란 다름이 아니라
 학생운동을 폭력지향적인 파괴활동으로 중상모략 함으로써
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은 물론 현 정권 자체의 폭력성과 부도덕성을 은폐하려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이 비조직적·우발적으로가 아니라,
학생단체의 대표들에 의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몇몇 관련 학생뿐만이 아니라 학생운동 전체를 비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총학생회장,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프락치사건 대책위원장, 복학생협의회 대표 등은,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이며 어떤 행위를 실제로 했는가에 관계없이
 선전을 위한 가장 손쉬운 희생물이 되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수법은 지난 수십 년간 대를 이어온 독재정권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상투적으로 구사해 온 낡은 수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현 정권은 막 출범한 서울대 학생회의 주요 간부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동시에,
60만 대군을 동원해도 때려 부술 수 없는 학생운동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는 데에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마치 자신이 더 도덕적인 존재가 된 듯한 자기만족조차 조금은 맛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검찰 역시
사실을 밝혀내는 일보다는 경찰의 발표를 뒷받침하기에만 급급하여
대동소이한 내용의 공소를 제기하고,
그것에만 집착하여 왔습니다.
 사건 발생 후 1개월도 더 지난 작년 11월,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김도형·손택만 군 등 무고한 학생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함으로써
공소사실과 일치하는 허위자백을,
형사들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짜내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입니다.
 즉 경찰은 본 피고인들이 ‘폭행법’을 위반하였다는 증거를 바로 그 ‘폭행법’을 위반하여 관련된 학생들을 고문함으로써 짜낸 것입니다.
그 짜내어진 허위자백이 증거로 채택된다는 사실을 못 본 체 하더라도
‘법 앞에서의 평등’이라는 중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전혀 정당한 윤리적 기초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양심인으로서는 복종의 의무를 느낄 필요가 없었던
지난날의 긴급조치나 현행 ‘집시법’과 달리 이 ‘폭행법’은 지켜져야 하며, 
지켜질 수 있는 법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각인은 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견해에 따라
이 법 앞에서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본 피고인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고문하는 각 대학 앞 경찰서의 정보과 형사들이
 그 때문에 ‘폭행법’ 위반으로 형사소추 당했다는 비슷한 이야기조차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9일,
‘민주화운동 청년연합’이 주최한
광주항쟁 희생자 추모집회에 참석하였다가 귀가하는 길에,
그녀 자신 제적학생이면서
역시 고려대학교 제적학생인 서원기씨의 부인 이경은씨가
동대문 경찰서 형사대의 발길질에
6개월이나 된 태아를 사산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부부는 이 법의 보호 밖에 놓여 있음이
누구의 눈에나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고소장을 접수하고서도, 검찰은 수사조차 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 역시 여러 차례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폭행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 법의 보호를 요청할 엄두조차 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에게도 협박 또는 폭행을 가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 피고인은 폭력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말았습니다.
본 피고인이 굳이 지난 일을 이렇듯이 들추어냄은 오직,
흔히 이야기되고 있는 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의 존재를 환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 역시 앞에서 밝힌 바
현 정권의 정치적 음모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검찰이 주장하는 바
공소사실의 대부분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찰이 날조한 사건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서,
한편에 있어서는 정권과 매스컴이 공모하여
 널리 유포시킨 일방적인 편견의 기초 위에 서 있으며,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이 고문수사를 통해 짜낸
관련 학생들의 허위자백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공허한 내용으로 가득 찬 것입니다.

이전 글 다음 글 추천 목록
351 page처음 페이지 351 352 353 354 355 356 357 358 359 360 마지막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