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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훼손/한겨레에서 펌

chunrianote 조회 813추천 12009.09.22

한겨레   
 
로마사람들에게 무덤은 죽음의 신들에게 속한 재산이었다. 그래서 무덤에 손을 대는 행위는 신들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해 엄히 처벌했다. 비문에 무덤 훼손 시 치러야 할 구체적인 벌금 액수를 새겨놓기도 했다. 주검에 손을 대는 행위는 ‘황제의 칙령’으로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지금도 인종주의자들에 의한 유대인 묘지 훼손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동양에서 무덤 훼손의 대표주자는 중국 춘추시대의 오자서다. 이미 숨진 초평왕의 주검을 끄집어내 목을 끊고 구리 채찍으로 300대의 매질을 했다. 이른바 굴묘편시(掘墓鞭屍)다. 친구인 신포서가 “이보다 더 천리(天理)에 어긋나는 일이 있느냐”고 나무라자, 오자서는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머니 도리에 역행하는 수밖에 없다”(일모도원·日暮途遠)고 답한다. 조선시대 때 관을 파내 주검을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내거는 끔찍한 형벌인 부관참시는 연산군 시대에 성행했다. 무오사화 때 ‘조의제문’을 지은 김종직을 부관참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도에 지나친 복수극이나 형벌은 본인에게 벌로 돌아오게 돼 있다. 오자서는 뒷날 모함에 몰려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의 주검은 말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담겨 강에 버려졌다고 한다. 폭군 연산군은 물론이고 김종직을 모함한 간신 유자광 역시 끝이 비참했다. 훈작을 삭탈당하고 유배됐다가 눈이 멀어 죽는다. 조정에서 장례를 지낼 수 있도록 윤허했으나 아들 진(軫)은 여색에 빠져 불참했고, 다른 아들 방(房) 역시 병을 핑계대고 장례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대한 훼손을 시도하고, 국립현충원 앞에서 묘소를 파헤치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고 한다. 사람으로서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는 죄를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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