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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희성님에 대하여....(돌솥님의 글에 댓글로 쓰기엔 넘 길어..)

들에핀꽃note 조회 684추천 82010.03.29

 

 내가 존경하는 문인 중에 정희성 시인이 있다.
문청 시절, 그 분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홀로 읊조리다가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다. 읽고 또 읽어도 그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던 시
시대가 시대인지라 현실을 외면한 음풍농월의 시들은 거들떠보기도 싫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그 분을 직접 뵙게 된 건 지난해 겨울이었다.

신인상 시상식때 '작가회의' 이사장 자격으로 나에게 상을 주며 악수를 청하는데
인자한 미소가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 같았다.

뒤풀이 때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는데 편히 앉으시라,
등단이 좀 늦으셨다,
존칭어로만 말씀을 하시다가 문득 봉투에 상금은 얼마나 들었습디까? 하고 물으시는 거였다.

글쎄 자신이 상패와 상금을 주시고서도 그 안에 얼마가 들었는지 모르셨던 모양이었다.
그래 나 역시, 아직 안 열어봐서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니 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으시는 거였다.
아마 가난한 문단 살림인지라 만족스럽지 않은 상금이 들어있으리라 믿고 미안해서 하시는 말씀이셨다.

내가 아는 문인들이 가는 곳은 늘 근처에서 가장 싼 식당이나 술집이다.
사회적으로는 명망 있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문인들도 가까이서 보면 어찌나 그리 소탈한지.
특히나 정희성 선생님은 좋은 일에나 궂은일에나 항상 젊은이들 틈에 끼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여러 번 뵈었다.

다가 후배 문인들에게 큰 소리 한번 내신 걸 본 적 없고 쌍스런 말 한 마디 뱉는 걸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분 옆에만 가면 어느새 순한 짐승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 분도 글에 있어서는 치열함을 잃지 않는데 며칠 전 새 시집이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세상에, 전철역에서 시집을 혼자 읽다가 소리 내어 웃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분의 인품을 모르는 사람은 재미가 없을지 몰라도
나는 평소 노시인의 점잖은 모습이 겹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여기 재미있는 그분의 시를 한 편만 소개해볼까 한다.
.
.
.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 정희성 

주일날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갔다가

미사 끝나고 신부님한테 인사를 하니

신부님이 먼저 알고, 예까지 젓 사러 왔냐고

우리 성당 자매님들 젓 좀 팔아주라고

우리가 기뻐 대답하기를, 그러마고

어느 자매님 젓이 제일 맛있느냐고

신부님이 뒤통수를 긁으며

글쎄 내가 자매님들 젓을 다 먹어봤겠느냐고

우리가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그도 그렇겠노라고 

**지천명을 눈 앞에 둔, 2007년에야 등단한 (민족문학작가회의) 시인,
제가 참 좋아하는, 속 깊은 친구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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