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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의 용도는 참 다양해요.
친정 나들이 온 딸이 아빠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 한바퀴를 돌 때도
여사님께서 가볍게 외출하거나 손님을 맞이할 때도
손녀가 할아버지와 -왕자와 공주- 놀이 할 때도 사용했던
똑같은 스카프.
2004년 하반기.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순방의 강행군은
대통령의 건강을 무력화시켰다.
대통령은 극도로 지쳤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치의와 진료의는 금연을 강권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흡연과의 전쟁이었던 셈.
번번이 대통령은 패배했다.
후보 시절의 금연 패치가 그러했고,
이 때의 금연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담배를 피우는 손님이 오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내심으로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한 두 개비씩 조심스럽게 피우던 담배는
2005년 대연정 제안으로 인한 상처가 깊어지면서
이전의 애연가 수준으로 완전히 회귀하고 말았다.
봉하마을로의 귀향.
어쩌면 그것은 대통령이 금연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만
비서로부터 개비로 제공받는 제한적 공급에 동의했다.
이 방식이 얼마나 담배를 줄이는 데
기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나마의 끽연조차도 작년 말 건강진단 후에는
의료진의 강력한 금연 권고 앞에서
다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했다.
건강은 완벽한 금연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작년 말부터 시작된 상황은 대통령의 손에서
담배가 끊어지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담배,
어쩌면 그것은 책, 글과 함께
대통령을 지탱해준 마지막 삼락(三樂)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남긴 글에서 말했듯이
책 읽고 글 쓰는 것조차 힘겨워진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기댈 수밖에 없는,
유일하지만 허약한 버팀목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담배로는 끝내 태워 날려버릴 수 없었던 힘겨움.
지금이라도 사저의 서재에 들어서면
앞에 놓인 책들을 뒤적이다가
부속실로 통하는 인터폰을 누르며
"담배 한 대 갖다 주게"
하고 말하는 대통령,
잠시 후 배달된 한 개비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대통령이
"어서 오게"
하며 밝은 미소를 짓는 대통령.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영결식을 앞두고 다시금 보고 싶어진다.
미치도록….
윤태영 ( 대통령 비서실 대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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