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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단에 대하여

돌솥note 조회 682추천 62011.03.26

   
 


-강춘-화백이 딸의 청첩장에 넣을 그림을 손수 그리셨답니다.
멋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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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분이 사돈집에서 예단비로 천만원을 보내왔는데
거기에 백만원을 더 보태서 신부집으로 보냈더랍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딸 가진 집은 보내는 입장이고
아들 가진 집은 식구를 받아들이는 입장이니
딸 가진 집이 더 섭섭하다는거지요.
그런대로 참 괜찮은 사고를 지닌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단으로 현금을 온라인 송금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예비 시어머니들의 50% 이상이
사돈집에서 예단비로 현금 천만원 이상을 가져오길 바라는
사람이 50%가 넘는다는 기사였습니다.

놀라워라!!!
무슨 권리로 그런 걸 요구할까요?
딸 가진 죄인인 시대도 아닌데...
부모가 능력껏, 분수껏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는 건 좋지만
아들 가졌다고 당당하게 예단을 요구하는 건 좀 그렇네요.

요즘 참으로 별 볼일 없는 게 아들이라고 하지요?
저도 그 말을 실감합니다.
아마도 -아들 가진 위세-를 마지막으로 떠는 게 예단이란 풍습같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세월 변한 걸 모르고...

이 예단 때문에 맘 상하는 집을 많이 봤습니다.
저처럼 아들 가진 사람들이 앞장서서
과감하게 없애야 할 구습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아들 결혼을 앞두고 사돈집과 합의해 이 절차를 없애고
모든 걸 당사자들에게 맡기니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은지요?
참 잘한 일 중에 하나입니다.

정작 해야할 것은 좋은 아내와 남편, 좋은 엄마와 아빠로 다듬는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데
껍데기인 -결혼식-에 에너지를 다 소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강춘선생의 아래 글을 읽고
저장해 놓았던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모두 이 문제를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해서요.

사진은 요즘 집 짓느라 바쁘신 김자윤샘 사진입니다.

 

세상이 변했음을 공언하고 새로운 가치들로 채워져서
케케묵은 양반 문화를 멸시하다가
갑자기 양반스러워지며 근엄해지는 때가 있으니
바로 자식 결혼을 앞두었을 때다.

이성으로는 결혼이란 두 사람만의 일이나
비이성으로는 아직도 '가문의 관계' 라고 은밀히 압박 받는다.
그래서 사돈끼리는 갑자기 양반스러워진다.
양반문화를 계승하지도 않아서 가르쳐 줄 집안사람이 없으면
그들은 탐문하여 알아내서
옛날부터 양반가문이었음을 입증하듯이 처신한다.
자기도 처음 알아낸 예절이었으면서도
사돈댁에서 대충 넘어가면
천하의 몰상식한 상놈집안을 만나기나 한 것처럼 언짢아 하는 것이다.

현재의 결혼예식을 보면 동서양 문화가 뒤죽박죽 되어서
결혼식을 네 번이나 하는 것처럼 되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한번하고,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쓰고 폐백 올리며 두 번하고,
케잌을 자르는 절차를 밟으며 세 번하고,
마지막 파티드레스를 입고, 하객들을 둘러보며 네 번 한다.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한복도 꼭 새로 맞추는 건 덤이다.

네 가지 중 한가지 방법이면 결혼예식으로 충분한데
좋다는 건 다 들여와 새로 만들고 좋다는 옛날 것도 붙들고 있다.
뭐 어쨌든 일생의 한 번뿐이니 좋은 방법은 다 써도 괜찮다고 치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예절 중에
예단이라는 절차에 대해서다.   



예단이란 신부가 시댁으로 갈 때 집안 어른께 드리는 예물이다.
딸이 다른 가문으로 보내기 위해 길러졌던 시대에는
예단을 철이 나기 전부터 준비했다.
예단이란 시댁식구에게 하는 신고식이니
호주제도가 없어지면 마땅히 없어져야 될 절차다.
서양문화를 버젓이 들여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는 결혼에
조선시대 예단이 없어지지 않고 살아있는 것도 우습다.

어머니를 통해 배운 솜씨를 연습하며
베갯보나 이불보에 수를 놓고 한지로 상자 곽을 곱게 만들고
버선이나 저고리를 만들어 몇 년 동안 모아두었다가
신부 집에서 혼례를 올리고 사흘 뒤 신랑을 따라갈 때 가지고 갔다.

옷을 직접 지어 입는 시대에는
며느리의 옷 지어내는 솜씨는 아주 중요해서
가지고 온 저고리나 버선을 보며
새아기의 품행을 가늠했기 때문이다.
저고리 섶이 약간 긴 것이 유행이면
그것을 보고 그 집안 여자들이 새로 배우기도 한도
뭉툭한 버선코를 보고 은밀히 흉을 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시댁어른께 잘 보이려고
옷을 솜씨 좋게 잘 지어내는 여자들이 모여 혼사 바느질을 했고
조금 더 잘사는 집안에서는 침모를 따로 데려가기도 했다.

처가에서 혼례식을 했기에 식을 올리러 오는 신랑은
떡과 고기를 갖고 왔고,
잔치 후 시댁으로 가는 신부 편에는
색시 집에서 솜씨껏 음식을 만들어 이바지를 해서 보냈다.



그런 예단 문화가 지금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왜곡되고 변질되었다.
70년대 초만해도 시부모님 이불 한 채,
한복 옷감 두벌, 동서 몫으로 버선이나 속바지를 갖고 갔는데
그 뒤로는 풍요로워 지면서 시부모 한복 감에
옷을 지어 공임을 따로 드리고
집안용으로 캐시미론 이불이나 밍크 담요 따위를 장만하더니
은수저 세트로 바뀌었다.

마음에 들지도 않는 옷감으로 억지로 옷을 해 입느니
원하는 대로 해 입으라고 현금으로 드리는 간편하다고 생긴 방법이
이제는 온라인 통장으로 입금하게 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신랑이나 신부 값어치나
어느 고장 가치 기준에 따라 다 다르면서도
암시장에서 공공연히 팔리는 뒷거래에도 매겨져 있는 가격표가 있듯이 얼추 매겨진 가격이 있다는 것이다.



신부가 신랑 집에 예단 값으로 얼마나 드리면 될까?

보통의 가정.
예를 들면 신부가 평범한 대학을 나왔고
제 용돈을 쓸만한 직장에 다니고
부모님이 자력으로 생활할 수 있는 가정을 보자.
부모님 이불 한 채(여름,춘추 포함),
방석 2개 ,
깔개 1개,
할머니, 외할머니 계시면 약식이불이나 방석을 추가한다.
시어머니가 까다롭거나 반대로 며느리를 귀여워하면
따른 진주 목걸이나 밍크 목도리 정도를 넣어 드린다.
떡과 술, 구첩 반상기 세트와 은수저 두 벌을 준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의 평범한 가정의 신부는
대략 천 만원 정도 현금으로 보낸다.
물론 신랑도 쓰는 돈이 만만치 않다.
주택문제 해결이며 며느리 패물이며 들어가는 돈이 있어
밑지는데 아니라고 우긴다면 별 수 없다.



문제는 보낸 천 만원이다.

대부분 반을 뚝 잘라 도로 신부 집으로 보내는데 명목은
신부 부모님 옷을 해 입으라는 것이지만
신랑 집에 보낼 때와는 달리 신부 편에 주거나
이것도 통장으로 입금한다.
집안에 따라 칠백 만원을 보내면 오백 만원을 돌려 받기도 하고
천오백 만원을 보내면 겨우 오백 만원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보낸 예단 비용에서
반을 떼어 주던지
삼분의 일을 주든지
아주 안 주든지는
전적으로 신랑 집에서 알아서 결정한다

대체적으로 반정도가 되돌아 오는데
그 뒷맛이 여간 고약스러운 것이 아니다.
흡사 여자의 값이 남자의 반값인 것 같아 입안이 껄끄러운 것이다.
양반문화의 끄트머리에서 왜곡된
이 결혼 풍습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아들 가진 집에서 나서지 않으면
아직 딸 가진 집에서는 상놈 취급 받아
내 딸에게 누가 될까봐 먼저 나서지 못한다.
신부 부모는 못마땅해도 사회통념이라는
이 불합리한 절차를 마지못해 밟으며 씁쓸한 것이다.

딸이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혹은 신랑이랑 연애하며 동등하다고 믿었던 관계가
결혼을 앞두고 뭐가 밑지는 것 같아 갑자기 성질을 내는데
대부분 예단 절차를 진행하며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딸을 달래고
이 제도를 이해시키고 있는 신부 부모 마음도 좋을 리가 없다.
신부는 내심 반값으로 대우 받는다는 섭섭함을 감추고
결혼하지만 시댁에 대해 앙큼한 보복심리를 갖게 되는
최초의 경험이 된다.

물론 좋은 사돈을 만나거나
당사자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허물없이 매끄럽게 생략되는 결혼도 있지만
대부분의 신부 집은 훗탈이 두려워 과감히 나서지 못한다.
사회통념상 뒷거래로 매겨진 수준대로
예단비용을 보내고도 혹시나 신랑 댁 비위를 건들지 않았나
노심초사 하기도 한다.
신랑이 출세했거나 전문직을 가졌다면
비용이 2-3천 만원으로 올라가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절차가 불필요하다고 믿는 친구가
일방적으로 생략하자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신랑 집에서 신부 어머니께 해 갖고 올 품목을
조목조목 불러주고 심지어 사진까지 첨부해 왔다.
결혼식 일주일 전
‘이 결혼을 꺼버려?’ 할 만큼 신부 집은 울화가 터졌으나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가며
신랑 집 요구대로 보낼 수 밖에 없었고 결
혼식 전날 갈비 재우고 부침개 세트까지
따끈따끈한 것으로 배달시켰다.
딸을 보내 본 친구들은 입을 모아
그 친구의 객기와 무식함 당당함을 나무랐다.

신랑 집에서는 신랑 어머니가 잘 모르거나
불필요하다고 느끼다가도
그 예단이라는 절차가 생략되면 누군가가 귓속말로 꼬아바친다.
사돈댁에서 신랑어머니를 우습게 깔본 거라고
심증이 가는 척도로 삼는 것이다.

애를 먹고 예단 품목에 넣을 은수저의 디자인을 고르며
내심 분해하던 신부 엄마 중에는
‘가기만 가봐라 네 아들을 쏘옥 뽑아 올 테니’
하며 앙심을 품기도 한다니 또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

이것저것 예물은 준비해 가더라도
제발 현금으로 예단비용이 가는 일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니다.
도로 반 뚝 잘라 올 바에 애초부터 반만 보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나라도 큰소리로 읊어대야
내 손녀 대에서라도 사라질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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