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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 기행 ( 17 ) - 한밤중에 동네 한 바퀴

돌솥note 조회 1,590추천 152011.08.30

봉하 -글로벌 캠프- 첫날 저녁.
룸메이트가 된 -호주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방식구 6명이 각자의 취향(?)이 달라서
결국 에어컨을 끄고 자기로 하였습니다.
빌라구조를 미처 익히지 못해서
방충망이 달린 쪽문이라도 열어놓고 잤으면 좋았을텐데 
더위에 잠이 깼습니다.

새벽인 줄 알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습니다.


동네 주변만 가로등이 켜있고 주변이 캄캄하였습니다.

아, 저 어둠!
중학교 때부터 도시에 살면서 잊고 살았던
어렸을 때 늘 나를 에워쌌던 바로 그 친숙한 어둠이었습니다.
얼마만인가...?

토실한 들고양이가 저를 흘낏 바라보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습니다.
정적 속에서 핸드폰으로 확인하니 3시 37분이었습니다.

참 난감한 시각입니다.
다시 들어가지니 늦게 잠 든 분들 깨우기 십상이고
돌아다니기엔 너무 이르고...

에라 모르겠다...
어둠을 즐기며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봉하를 둘러봤습니다.
검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달을 보니 보름이 가까워온 것 같았습니다.


달빛 속에서 하얗게 빛을 낸 설악초랑 달맞이꽃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땡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도 보고
가지가 찢어지게 열린 풋대추도 보고
돌다 멈추다를 반복하는 찢어진 노란개비도 보고
어제 장사하던 그대로 두꺼운 비닐만 덮은 노점들도 보고
팔리지 않은 추모꽃도 보고
마터님이 노랑개비를 만들던 자리도 보고...






















어슬렁거리며 봉하의 한밤을 즐겼습니다.
전경 두 분이 서로 이야기하며 묘역 주변을 걷고(돌고) 있는 모습이 멀리 보였습니다.

사저 앞 추모관 앞을 지날 때 쯤
경비를 서던 경비병들의 교신하는 무전기 소리가 한밤의 정적을 깼습니다.

아마도
-
미확인 물체가 나타났다. 주시 바람!
뭐 대강 그런 내용 같았습니다.

아, 그 뻘쭘함!
도로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서 -수고한다-고 인사할 수도 없고...

























계속되는 무전기 교신 소리를 들으며
달빛 아래서 위에 사진에 나오는 부산 시인들의 시를
찬찬히 음미하며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젊은 노짱님과 독대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열정이 가득했던 뜨거운 시절의 노짱님과...
아주 괜찮은 시간이었습니다.






















두어 시간 쯤 지나니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하신 캔버라 언니 자매와 루치아 언니가 오셔서 같이 화포천으로 향하였습니다.

모두 -3시간 반-이 넘는 길고 긴 아침 산책이었습니다.

.
.
.

한밤중에 호젓히 봉하 한바퀴 돌 날이 또 있을까요?
제 희망사항은 밤안개 자욱한 몽환적인 분위기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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