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맞나요? 저는 -쟁기세대-라서...... )로 논을 갈고 있습니다. 빗속에서 본격적인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겁대가리( 표현이 너무 과격한가요? ) 상실한 두루미(?)들. 트랙터를 졸졸 따라 다니며 먹이를 포획하고 있더라구요. 봉하에 오는 새들은 사람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가 봅니다.
섬진강변의 매실농원에 가면 -매실단지-가 있고 휴전선 밑 장단 콩마을에 가면 고추장, 된장,간장등 -醬항아리-가 있고 제 고향 근처인 충청도 광천에 가면 -새우젓 항아리-가 있는데 봉하마을에 가면 뭔 항아리가 있을까요?
논둑에 정렬해 있는 정체불명의 항아리들...
그 이름도 거창한 -영농법인(株) 봉하마을-의 -생태농업연구센터-소속 항아리들입니다. 센터장은 한의사 출신이신 -건너가자-님이시라고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천연농약(비료?)을 만드는 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곧 모내기가 시작될 논이 명경지수는 아니지만 사자바위를 품었네요.
올해 김장용 배추는 화포천변에 심지않고 조생종 벼를 수확하고 그 논에 배추를 심을 예정이라네요. 아무래도 화포천변은 하늘이 도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저지대라서...
어제 토요일에 친구를 초대해 집에서 밥을 해 먹었습니다. 봉하배추로 담근 환상적인 김치맛에 모두 반해서 올해는 봉하배추를 구입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야들아, 배추도 좋아야 하지만 솜씨도 좋아야 하느니라...!!!
봉하배추의 진가는 7,8월이 되어도 무르지 않고 쌩쌩하다는 것이지요? 작년엔 80kg담았는데 며느리도 얻었으니 좀 더 해야겠지요?
오리들이 방을 빼고 난 후... 농기구 창고가 되어버린 오리집. 곧 주인이 오면 느네들 방 빼야할 걸......???
비에 젖은 땅이라선지 토질이 좋아보였습니다.
녹비작물인 호밀밭입니다. 보리와 우리밀은 많이 봤지만 키 큰 호밀은 낯설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녹비작물로 꽃이 아름다운 자운영을 많이 심었었는데... 아래글은 Iguasu님의 호밀밭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단순하고 무식하며 거기에 지라-ㄹ 맞기까지 한 그 누구같은 -단무지-스타일을 아주 싫어합니다. 뭔가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이 좋아요.
그런데 Iguasu님의 아래 글을 읽고 깊이 묵상(?)한 결과 - 이 양반,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멋진 분이시구나!!! - 하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 . .
겨울과 이른 봄철까지 호밀밭이 마을경관도 좋게 하구요. 추수목적은 아니구요. 호밀,보리,자운영,유채 등은 녹비작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력증진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호밀밭은 파수꾼이 필요없습니다. 겨울철새의 먹이터와 보금자리일 수도 있고... 황량한 겨울들판에도 파릇파릇 호밀의 싹이 자라면서 삭막한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네 마음에 강인한 생명으로 적쟎이 위로와 격려가 될 덴데... 굶주린 그 누구에겐 소중한 양식이 될 수도 있는데... 지키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사람사는 세상을 실현하고자 우직하게 땀흘리는 농사꾼이 있으면 됩니다. 기만적인 허위와 위선,비겁한 침묵과 굴종에 대해 묵과할수 없는 반항, 아름다운 분노가 절실할 뿐 입니다. ( Iguasu ) . . .
Iguasu님의 위 글에서 학창시절에 읽었던 그 소설의 주인공. 그러니까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그 주인공이 생각났습니다. 지나친 교육열과 자식에 대한 기대에 부모가 부담스럽던 주인공. 자신의 나쁜 성적이 탄로날까 두려워하며 세속적인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주인공.
그 주인공이 꿈은 -호밀밭의 파수꾼- 입니다.
끝도 없이 넓은 호밀밭에 수많은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철 없는 아이들은 절벽인 줄도 모르고 생각없이 마구 달릴 때 자기가 짠! 하고 나타나서 그 아이들을 붙잡아주며 그들을 보호해 주는 그런 파수꾼이 되고 싶은 주인공.
그러나 Iguasu님은 봉하의 호밀밭엔 파수꾼은 필요없고 다만 사람사는 세상을 실현하고자 우직하게 땀흘리는 농사꾼과 기만적인 허위와 위선, 비겁한 침묵과 굴종에 대한 아름다운 분노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