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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의 젊은 아낙

수월note 조회 2,489추천 22013.01.05

꽁꽁 언 밤에는 술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영하 일십오도를 오르내리는 밤에 나는 고은 선생의 북한 순례기인 “산하여 나의 산하여”를 읽었다. 1998년 여름, 그러니까 14년 전 여름에 중앙일보 팀과 유홍준 선생이 합세한 북한 문화유적 답사의 글을 다시 감명 깊게 읽고 있는 차에 아래의 글을 보고는 도저히 참지를 못하고 술을 한잔 먹기로 한 것이었다.

 

 

책의 첫머리는 백두산 답사기이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등정기인데 해방 후 북한 쪽으로 처음 길을 턴 이 노 시인의 감회어린 글들은 보는 나로 하여금 숨이 막힐 듯하게 감명을 주는 것이었다.

아래에 옮긴 글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 하며 읽은, 백두산 천지를 감상한 글이 끝나고 다시 수목한계선을 들어서면서 개마고원 백무고원 대흥단 등 우리가 상상만 할 수밖에 없는 북녘 지대에서만 서식하는 그곳 고유의 자생 나무숲에서의 감상을 적은 글이다.

 

 

모름지기 술을 애용(?)하는 사람으로서 이 대목에서 술 한잔이 생각이 안 난다면 그것도 저 노 시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요래저래 수치를 재 봐도 아무래도 나보다 술이 대가이신 저 어른의 입맛이 다셔지는 글을 보고 한잔 안 마셔준다면 술의 긍정적인 면을 모독하는 것이고 그 긍정적인 면으로 인해서 평생을 복용(흠)하시고 계시는, 그 막대한 수고를 부정하는 것이 되지를 않겠는가?

 

저 어른은 올해 여든 하나를 잡수셨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님 보다 두 살 더하신다. ㅋㅋ

 

 

 

.....................................

 

 

깊고 어두운 계곡이므로 그 위의 전망대에서 아슬아슬했다.

대낮인데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엇이 웅장하지 않고는 그 곳에서 존재할 수 없어 어둑어둑한 밀림 속의 공기조차 적이 웅장한 바 있었다.

 

 

그런 나머지 유명한 박달나무 지대에 들어섰다.

그때에야 새소리도 어설프게 들리기 시작했다. 천지에서 얻어온 한 꾸러미 산찬어를 회 안주 삼아 들쭉술 몇 잔을 목에 적셨다.

비로소 인간의 체면이 섰다.

이제까지의 긴장이 스르르 풀려 아직껏 신록 그대로인 그 연초록 잎새들의 향훈(香薰) 속에서 내 마음은 아무 바랄 것이 없었다.

술과 안주는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내 몸의 일부분이 돼버렸다.

미각이니 소화니 하는 수속이 필요 없는 즉각적인 육화(肉化)였다.

 

 

이제 텅 빈 황무지에 설치된 고도와 위도 표시를 위한 간백산 허리의 국가수준점이나 수목한계선의 그 삭막한 지대도 지나왔다.

그 일대는 70년대 조성한 사적지와 밀영들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이깔나무, 좀비나무, 눈잣나무, 노간주나무, 전나무와 사시나무, 당버들나무, 가래물박달나무 당마가목나무 들의 하늘 가린 밀림 속 여기저기에 서 있었다. 그런 곳 중의 백두밀영도 소백수의 눈시린 물을 이웃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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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가 남쪽 여자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는 전설이 우리가 생기기 이전의 그런 날 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분들도 들어 온 바가 있지를 않았던가?

 

비닐봉지가 도시의 아스팔트 위를 나뒹굴기 전에, 스치로폼이 촌구석의 땅 속까지 침범하기 전에 우리는 산에 나무를 하러 간 그러한 세월도 있었다.

아니 그런 세월도 좀 더 거슬러 오르다 보면 우리의 엄니 아부지들은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결혼식을 올렸던 것이다. 문명이 사람을 지배하기 전의 그 시절에는 사람들에게 순박함이라는 걸출한 단어가 어울리는 심성이 있었던 것이다.

 

아래의 시를 보시라.

앳되고 순박한 북관의 녀인네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을 생각하시라. ^^*

 

 

 

삼지연의 젊은 아낙

                          고은

 

무슨 꽃이기에 이다지 먼 데까지 이승인가

국가 표준점 밖

거기 온통 꽃장날이네만

그런 꽃이 아니라면

무슨 꽃이기에

 

 

북한 양강도 백무고원 숨은 감자꽃이었습니다

아침 찬 이슬 함초롬히

나이 스물셋이나 넷 쯤으로

젊은 아낙이었습니다.

 

 

저녁이면 이른 어둑밭

초생달 있다가

다시 들어 간 뒤

남아있는 웃음이었습니다

 

 

모든 것 다 높여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디 가시는 길이오

이런 물음 없이도

소백에서 오는 길입니다.

 

 

3년이나 못 본 언니 보고 싶어서

소백 언니네 집에 갔는데

먼 길이니

하룻밤 자고 가라는 것을

그냥 오는 길입니다.

 

 

여기서 소백이 얼마나 됩니까

이런 물음 있으나 마나

 

 

소백읍에서 여기 삼지연읍까지 12킬로미터입니다.

1시간 반 걸렸습니다

이제 김정일중고등학교 앞을 지나가서

식구들 늦은 저녁 지으렵니다

 

 

대낮에도 온통 이깔나무 숲이었습니다

그 숲길 호젓이

두려움도 모르고

외로움도 모르고 오고 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란 조선의 여자

무엇하나

단 한번도 의심해 보지 않은 그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삼지연 물 새소리 떠있는

잔물결 그것이었습니다

 

 

나는 남쪽에서 온 사람이오

반갑습니다

이런 인사 없이도

그네 뒷모습 금방 멀어져 가는 어둠 가운데

무엇을 다짐하기에도 모자란 그것이었습니다

감자꽃

 

 

백두산 꽃 중 가장 아름답다는 두메양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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