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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4 - 법정스님
어린 왕자!
이제는 너를 길들인 후
내 둘레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어린 왕자>라는 책을 처음으로 내게 소개해 준 벗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한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벗이다.
너를 대할 때마다 거듭거듭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벗은 나에게 하나의 운명 같은 것을 만나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도 적지 않지만,
너에게서처럼 커다란 감동을 받은 책은 적지 않았다.
그러기 때문에 네가 나한테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이라고 한대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누가 나더러 지묵紙墨으로 된 한두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함께 선뜻 너를 고르겠다.
가까운 친지들에게 <어린 왕자>를
아마 서른 권도 넘게 사 주었을 것이다.
너를 읽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이내 신뢰감과 친화력을 느끼게 된다.
설사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내 벗이 될 수 있어.
내가 아는 프랑스 신부 한 사람과
뉴질랜드 노처녀 하나는 너로 인해서 가까워진 외국인이다.
너를 읽고도 별 감흥이 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나와 치수가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어떤 사람이 나와 친해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너를 읽고 난 그 반응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너는 사람의 폭을 재는 한 개의 자尺度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리고 네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누워서 들어.
그래야 네 목소리를 보다 생생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야.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날아다닐 수 있는 거야.
네 목소리는 들을수록 새롭기만 해.
그건 영원한 영혼의 모음母音이야.
아, 이토록 네가 나를 흔들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건 네 영혼이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고
조금은 슬프기 때문일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물이 고여 있어서 그렇듯이.
네 소중한 장미와 고삐가 없는 양에게
안부를 전해다오.
너는 항시 나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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